[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저축은행들이 조달비용 상승과 충당금 부담에 적자폭이 커진 가운데 내년까지는 가시밭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인수·합병(M&A) 활성화를 비롯해 근본적인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익 보다는 부실 정리 집중"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38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적자 폭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했는데요. 적자 폭이 커진 주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연체율 상승과 대손비용 증가입니다.
이자이익은 2조77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었고, 비이자이익은 1009억원 손실을 봤지만 적자 폭은 686억원 가량 축소됐습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32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5% 급증했습니다.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도 늘었습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6월말 기준 8.36%로 전년말 대비 1.8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80%로 0.21%포인트 하락했지만, 기업대출은 11.92%로 3.9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은 지금의 손실이 부동산 PF 대출 연착륙 방안 등에 따른 건전성 관리 강화로 불가피하다며,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20.3%)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대출 예상 손실 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한 것"이라며 "실적 악화에도 자본 확충 등으로 손실흡수능력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내 부동산PF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실적 저점을 통과하는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저축은행업계 실적은 전반적인 업황이 불황인 상태로 지역별 약극화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현재 위기의 중심은 부동산PF 부실의 영향이 크지만, 여신 감소로 인한 이자수익 감소 등 사업의 구조적인 면에서 수익 악화 탓도 큰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업계의 적자난이 내년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근본적인 업황 불황을 타개하려면 규제 완화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는 꾸준했습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구역 규제로 인해 타 지역 신규 대출이 어렵습니다. 의무대출 비율이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40% 이상을 영업 지역 내에서 공급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비수도권 연체율이 크기 때문에 지방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규제 완화 목소리 컸습니다.
저축은행 사업은 부동산·개인·사업자 대출로 나뉘는데, 기업과 개인사업자 여신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수도권 저축은행에 쏠려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지 않는 이상 지역별 양극화는 해결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 본연의 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금리대출 기준을 완화하거나 정책 상품에서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당근책에도 M&A 성과 전무
저축은행업권 내 지역간 영업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축은행업계의 M&A 규제도 완화됐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지지부진합니다. 금융위는 지난해 '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안을 내놨지만, 1년이 넘도록 M&A 성과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수도권 2개와 비수도권 6개로 구분됩니다.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2개까지만 소유할 수 있었지만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4개까지 허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또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의 합병도 허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는 적기시정조치(제재) 대상에 한해서만 최대 4개까지 저축은행 소유가 허용됩니다. 상대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비수도권의 규제가 더 완화됐지만, 저축은행업권 내 M&A가 활성화 되기 위한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강제 경영 개선 조치인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황, 전반적인 경기, 규제 완화가 다 맞아떨어져도 비수도권의 자금 여력을 생각하면 M&A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타 금융권에 비해 높은 예금보험료(예보료율)도 인하도 개선 사항으로 꼽힙니다. 금융사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 사고 발생에 대비해 금융소비자의 예금을 5000만원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예금 잔액의 일부를 예보료(보험료)로 지출해야 합니다.
금융업권 예보로율은 저축은행(0.4%), 상호금융(0.2%), 증권·보험사(0.15%), 은행(0.08%) 순으로 높습니다.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5배 가량 높은 셈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예보료율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행 예보료율은 유지 기조로 가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보료율 조정이 다른 금융권에도 여파가 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면서도 "현재 저축은행은 유동성이나 손실 흡수 능력을 우선으로 갖추고 있기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축은행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지 않는 이상 지역별 양극화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 5월29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건설업계 2차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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