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일 인천 청라 벤츠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하고 그 주에만 2건의 전기차 화재가 더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치솟았다. 벤츠 전기차에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배터리 셀이 들어간 게 확인되면서 중국 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자 현대차는 판매차량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와 함께 전기차의 충전 상태 등 세부 데이터를 공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90% 이상 충전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 금지 검토, 지상 충전소 의무화 검토 등 후소 조치를 빠르게 내놓고 있다. 청라 전기차 화재 때 해당 구역의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점도 확인되어 대대적인 시설 점검과 함께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와 후속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필요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과 치밀한 원인 규명 없이 전기차 공포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 분야 전문 기관인 AutoinsuraceEX에 따르면 전기차의 화재 가능성은 내연기관차의 1/61 수준이다. 국내는 전기차 보급댓수가 50만대 수준으로 아직 충분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소방청의 조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화재 발생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고 나온다. 전기차는 신차가 많아 향후 노후화로 화재가 더 늘 수 있지만, 기술 발달로 향후 화재 위험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전기차 공포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와 통계는 찾기 힘들다.
전기차 화재는 빈도나 확률이 아니라 진화의 어려움이 핵심이다. 내연기관차 화재는 간이 소화기로 진화되는 경우도 많지만, 전기차 화재는 아직 그런 기술이 없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유기 전해질과 리튬 산화물의 복합 화재이므로 한 종류의 소화기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또한 불이 나면 리튬 산화물에서 산소가 발생하므로 완전 진화를 하려면 외부 공기 차단과 냉각이 모두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특수 장비로 차량 바닥을 뚫어 내부로 물을 주입하거나 이동식 수조에 화재 차량을 담그거나 고온에 견디는 특수 질식포로 덮는 방법 등을 사용한다.
또한 특수 장비들이 있어도 전기차 화재는 대응이 어려운데, 맹독성 불산(HF) 가스 때문이다.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에는 불산염이 포함되는데, 화재시 불산 가스로 변한다. 불산 가스는 한두 모금만 연기를 마셔도 즉각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므로 소방관들도 특수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이렇듯 전기차 화재는 독성 가스, 화재, 폭발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므로 처리가 까다롭다. 전기차 소화 전용 장비를 전국 소방서에 보급하고, 불산 가스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소방복을 준비하고 충분한 훈련을 하려면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화재가 발생 빈도가 낮고 동일한 방재설비(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는 지하주차장이라면 전기차 화재가 더 위험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 진압에 소요되는 노력과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 안전한 기술 개발과 추가적인 방재/진화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는 일종의 복합 재난이며 전기차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메이커와 관계 당국, 일선 소방서 사이의 정보 교환과 대응 매뉴얼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업데이트 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충전/과방전을 막는 충전 인프라와 차량 배터리의 상태를 진단하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차량 IT 기술도 보완되어야 한다. 스프링클러와 열/연기 감지 센서 등 기본적인 방재 시스템이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보증하는 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대책 수립, 절차 확립, 장비 확보, 대응 훈련 등에는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급한 마음에 당장 충전률 제한이나 지하 주차장 이용 금지, 지상 충전소만 강제하는 행위는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방해 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 화재와의 비교 분석과 지하 주차장 방재 시설 현황 점검 등 기초 작업부터 철저하게 시작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논의와 연구를 통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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