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경찰청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4박5일간의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거부권을 행사하며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기조를 고수한 셈입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까지 모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21건이 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를 합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 4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이후 첫 거부권 행사입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9차례나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방통위법을 제외한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노란봉투법 등까지 21건…'이승만 제외' 거부권 횟수 동일
방송 4법은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 시청자위원회와 언론 현업단체·학계에 이사 추천권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됐던 방송 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 처리했으며,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더해 공익성이 더 훼손된 방송 4법 개정안을 숙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야당이 정략적으로 강행 처리했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입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회는 방송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회적 공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방송 4법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처리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도 조만간 행사할 방침입니다. 당장 13일 국무회의에선 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재의요구 시한인 20일 전에 재가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법안까지 모두 포함하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1건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 셈입니다. 21건의 거부권 횟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45건)을 제외한 역대 전직 대통령들의 거부권 횟수 총합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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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재표결' 무한 반복…2차 영수회담 '안갯속'
방송 4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모처럼 형성된 여야 협치 기류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장 민주당은 오는 22일 또는 27일 본회의가 열리면 방송 4법 등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을 재의결에 부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재의결에 나서도 해당 법안은 폐기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폐기된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재발의와 야당 단독 처리가 이어질 경우 여야 관계가 다시 경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2차 영수회담도 당장 성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도 현재 영수회담에 대해 "협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 정상화와 여야 대표 간 협의가 먼저라는 겁니다. 다만 대통령실도 국회가 여야정 협의체를 들고 나오면서 무조건 거절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민주당이 오는 18일 이재명 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이후 전격적으로 영수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도부'가 들어서면 양당의 지도부가 다 교체된다"며 "(협치를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기 때문에 민생을 주제로 해서 협치를 시도할 것 같다. 민생 경쟁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협치도 부분적으로 진행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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