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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C(011790)가 동박 부문 투자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이차전지 음극재 소재인 동박 실적이 부진하자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목표도 낮추기로 했다. 불황 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유동성 확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SKC)
동박 부문, 매출 반타작에 적자 전환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2분기 SKC 잠정실적은 매출 4727억원, 영업손실 6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540억원, -432억원) 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동박 사업 실적 악화 영향이 컸다.
동박은 리튬이온 전지의 음극재 소재로 전류를 흐르게 하고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방출한다. SKC의 2분기 동박 부문 매출은 858억원, 영업손실 374억원로 집계된다. 1년 전에 비해 매출(1796억원)은 절반 넘게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4억원 흑자에서 대규모 적자로 전환됐다.
SKC는 동박 부문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자 판매목표를 낮추고 투자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지난 1분기 영업적자에도 해외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보이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완성차 기업들이 잇달아 전기차 생산능력(CAPA) 확장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4분기부터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던 '현대차그룹메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하이브리드차도 병행 생산키로 계획을 바꿨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을 두고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사업을 중단하고 독일 현지에 약 20억 유로 규모의 전기차 생산시설을 지으려던 계획을 폐기했다. 람보르기니 역시 전기차 전환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 첫 전기차 출시 시점을 2028년 이후로 미뤘다. 포르쉐도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8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취소했고, 아우디는 전기차 생산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 멈추고 유동성 확보 '집중'
SKC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기차와 이차전지 업계의 변동성이 큰 만큼 해외, 특히 북미지역 신규투자에도 보수적인 태도다. 앞서 회사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점인 만큼 북미 생산시설 신증설을 검토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동박 생산량만으로도 북미 시장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초 진행 중이던 폴란드 1공장의 경우 공사가 90% 정도 진행된 상태인 데다 올 3분기 고객사 인증을 시작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CAPA 대비 수요가 적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해당 공장 가동 시점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는 게 SKC 측 설명이다.
특히 말레이시아 공장의 경우 인증 및 공급계약이 지연되는 상황이라 하반기 판매량 목표도 낮출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인수한 SK넥실리스 동박 수요는 연초 대비 10만톤(약 30%) 감소했고, 실적 개선이 기대됐던 4분기도 저조한 판매량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감소 영향이 크자 SKC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고, 현금흐름도 좋지 않아 신용등급 전망 또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는 선제적 자산유동화 작업을 통해 하반기에는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SKC는 이에 반도체 소재 자회사인 SK엔펄스의 주식 4851만5142주를 주당 3401원에 유상감자할 계획이다. 총 감자 규모는 1650억원에 이른다. SK엔펄스의 최대주주인 SKC는 유상감자로 발생하는 현금 대부분을 취득하게 된다. 이외에도 회사는 화학 사업과 관련한 추가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생존과 성장이라는 2개 원칙 아래 가장 효율적인 밸류체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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