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국마트협회와 롯데카드가 수수료율 분쟁을 끝내고 합의를 이뤘습니다. 정확한 수수료율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타 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마트협회가 연내에 새로운 수수료율 협상을 예고한 만큼, 중소형 마트
와 카드사의 분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마트협회·롯데카드 ‘화해’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마트협회가 롯데카드와 수수료율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마트협회는 지난달 1일 롯데카드와 협상안을 타결한 후 같은 달 3일 협회 이사회를 통해 타결된 협상안을 승인했습니다. 지난 4월 롯데카드가 사실상 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마트협회 회원사들이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입니다.
마트협회는 가맹점 해지에 참여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합의된 수수료율을 우선 적용할 예정입니다. 협상 직후 마트협회는 롯데카드 가맹점 복구를 일괄 조치하고, 회원사에 'VAN사에 가맹점번호 복구 신청', '현수막·스티커(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관련) 제거'를 요청했습니다.
마트협회의 '연매출 30억원 이상 중소마트·슈퍼마켓 신용카드 수수료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비씨카드 2.15% △롯데카드 2.13% △하나·우리카드 2.09% △
삼성카드(029780) 2.07% △국민카드 2.06% △신한·현대카드 2.04% △농협카드 1.98%입니다. 수수료율 자체는 BC카드가 전업카드사 중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BC카드는 체크카드 비중이 80%로 월등히 높아 실질적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인 셈입니다.
협상으로 조정된 구체적인 수수료율은 양자 간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타사 수수료율과 비슷한 2.04~2.06%대로 전해집니다. 롯데카드보다 앞선 지난 2022년 마트협회와 한 차례 전쟁을 치른 신한카드 수수료율은 기존 2.26%에서 협상 후 타사와 비슷한 수준인 2.04%로 낮아졌습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수수료율 책정 과정에 있어서) 큰 잡음이나 특이 사항 없이 정리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수료율 분쟁 불씨 여전
마트협회와 롯데카드 간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타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마트협회가 롯데카드와 협상 타결 후 회원사들에게 공개한 공지사항에는 '타 카드사 협상 용도'로 전체 카드사 수수료율 정보 제출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수수료율 조정을 타사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마트협회 관계자는 "마트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현재 카드 수수료율은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며 "롯데카드에 이어 협상 대상을 전 카드사로 확대하고 연내에 추가적인 수수료율 협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부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수료율 협상이 다시 시작된다면 2022년 신한카드, 2024년 롯데카드 이후로 세 번째입니다.
마트협회가 올해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시즌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율을 재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에 따르면 연매출 30억원이 넘는 일반 가맹점은 3년마다 수수료를 카드사와 개별 조정해야합니다.
대기업 계열 가맹점은 카드사와 ‘매출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영세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지만, 일반 가맹점은 카드사와 협상권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협상의 물꼬를 틀기 위해 '가맹점 해지'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롯데카드 보이콧에 전국 6000여개 마트협회 회원사 중 25%인 1500여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트협회의 강한 수수료율 조정 의지에 카드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현재 카드사 전체 가맹점의 95%가 영세 가맹점으로 구성됩니다. 영세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나머지 5%인 일반 가맹점에서 70% 이상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실정입니다. 중소마트의 수수료율마저 내려가면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 △2023년 23.2%로 추락 중입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영세 상공인과 대립하기 어렵다"면서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율로 수익을 못 내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성 낮은 서비스를 먼저 정리할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마트협회와 롯데카드가 지난 4월부터 이어온 수수료율 분쟁을 끝내고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사진은 롯데카드 보이콧 당시 한 마트에 걸린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현수막.(사진=한국마트협회)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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