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지나가니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왔습니다. 휴가철이 시작된 8월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뜨거운 곳은 국회입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집권여당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반한 싸움을 하더라도 막상 대표를 선출하면, 대통령과 당의 관계도 수평적으로 전환할 계기가 될 거로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선된 친윤 최고위원과 한동훈 당대표를 둘러싼 주도권 투쟁은 계속 진행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 관계의 원칙을 확인하고, 당 개혁을 위해 새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흔쾌히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대표 흔들기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고집스러운 대통령을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기어코 임명함으로써 민주당과 일전을 치르기로 한 모양입니다. 집권 여당에게 하는 방식이나 야당에게 하는 방식이 한결같습니다. 국민의 민생을 챙기겠다는 입에 말린 말도 하지 않고, 국회를 극단적 대결의 장으로 몰고 갑니다. 점입가경입니다.
임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이례적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신임 위원은 오전 11시 취임식을 마치고, 불과 6시간 만에 전체 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 추천, 선임안을 의결했습니다. 취임 첫날 KBS,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 선임안 의결을 강행했습니다. 그것도 단 2명이 참가하는 회의체에서 강행했고, 회의 진행을 위한 의제 통보 기간이나 절차도 생략한 무리한 회의입니다. 첫날 번개처럼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공영방송 이사진을 바꾸는 행위는 야당에 전쟁을 선포한 것과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이동관, 김홍일 방통위원장처럼 불법적인 결정을 강행하고, 국회에서 민주당이 탄핵 절차에 들어가면, 사퇴하는 순서로 처리해 왔습니다. 야구 경기처럼 구원 중간 계투를 하는 일회성 인사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대통령의 인사권이라도 이 정도 되면 막가자는 것이지요. 진영논리로 보면, 민주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를 하기 전에 기습적으로 숙원사항(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해결하는 묘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바둑에 있는 격언이지만, “묘수 3번 필패”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면, 가져올 나쁜 결과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민주당이 탄핵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이번의 경우는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버터 볼 생각인 것 같은데, 민주당은 다음 절차로 대통령이라는 몸통으로 향하는 총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한 선거입니다. 단 탄핵을 처리할 수 있는 200석에 미치지 못했지만,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야당에 주었습니다. 야당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의결을 통해 강제로 종결할 수 있는 권한과 모든 법안과 예산안을 부결할 권한을 가졌습니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대항할 수 있는 권한으로는 법안 재부의권(거부권)밖에 없습니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주변의 환경과 현실이 바뀌면, 당연히 본인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아집에 빠져서 야당과 힘겨루기와 기싸움으로 대결정치를 강행하면, 본인의 불행한 미래가 점점 다가올 뿐입니다. 여전히 바뀌지 않으니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지금이 대타협 연정을 할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거부권 민주주의 체제(비토크라시)를 극복하는 개헌과 정치개혁을 시작할 계기라고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없습니다. 8월의 더위에 민생을 외면하는 대통령과 국회로 인해 국민만 더 힘들 뿐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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