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K플랫폼으로 불리는 국내 대표 플랫폼 산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내외 리스크를 비롯해 점유율 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 그리고 엄습하는 규제 그림자 등 당면한 여러 위기 속 미래 성장 시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K플랫폼 산업의 현재 상황과 미래 전망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네이버와 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AI(인공지능
) 시대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글로벌 빅테크와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네이버(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가 대내외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 AI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에 초기 선점이 중요하지만 양사에 엄습한 여러 리스크는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만 합니다
.
30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의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지난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 창업자의 구속 수사 기간은 일단 내달 1일 자정에 만료되지만, 검찰이 최대 구속 기간인 20일까지 연장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후 기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11월 문어발식 사업 확장,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등 각종 논란에 그룹 전반이 휘청이자 경영 일선에 전면 등판해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했는데요.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를 중심으로 조직 전반을 가다듬고 중앙집권형 책임경영으로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중앙집권형 체제는 본인에게 겨냥된 사법리스크가 표면화하면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봉착한 셈이 됐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 그룹이 위기에 빠진 적이 많은데 이것을 혁신하겠다고 김 창업자가 돌아왔지만, 결국 구속으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CA협의체의 여러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와 실행력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 (사진=연합뉴스)
특히 전문가들은 김 창업자의 구속으로 카카오 그룹 거버넌스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김 창업자에 비해 조직 장악력이 옅은 정신아 대표 체제의 한계에 대한 우려입니다. 여기에 김 창업자 등판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계열사 수를 줄이는 등 쇄신 노력을 이어왔지만 대외적으로 체감이 안된다는 비판, 구심점 상실로 인한 쇄신 동력 저해 우려도 카카오에게는 커다란 난관입니다.
위기 상황 속 계열사 매각설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카카오 노조는 29일 계열사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카카오는 정 대표의 권한을 보다 ‘강화’하는 형태의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했는데요. 정 대표는 김 창업자의 구속으로 공백이 된 경영쇄신위원장을 한시적으로 겸직하고 주요 계열사 CEO들이 모이는 그룹협의회를 매월 1회에서 주 1회 진행해 대내외 리스크에 긴밀히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네이버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라인야후’ 뼈아픈 네이버…글로벌 전략 안갯속
카카오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네이버의 경우도 때아닌 ‘라인 야후’ 사태로 글로벌 전략에 안개가 낀 상황입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등 자체 개발 AI 모델과 이를 통해 구축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소버린 AI(주권 AI)’를 미래 먹거리의 키워드로 삼고 있었는데요. 현재 활발히 공략 중인 중동을 넘어 일본, 그리고 동남아로 진출하려 했지만 일본 정부의 이례적 개입으로 불거진 ‘라인 야후’ 사태로 이 같은 전략도 흔들릴 위기입니다.
다만,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단기적으로는 매각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히면서 지분 매각 논란은 일단 진화가 된 상태인데요. 플랫폼 업계 안팎에선 복잡한 지배구조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등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종래에는 네이버가 라인야후에서 엑싯(Exit)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네이버로서는 ‘라인야후’ 사태가 다소 뼈 아픈 상황입니다. 라인 플랫폼이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2억명가량이 사용하고 있는 만큼 ‘소버린 AI’ 등 AI 서비스를 접목해 진출하기에 용이했지만, 라인야후 사태에 따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하더라도 ‘동남아 사업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동남아 등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가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인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프트뱅크가 이를 놓아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매출 감소도 부담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의 해외 영업수익(매출)은 1조3526억원인데요. 이중 절반 가량인 6799억원을 일본에서 거둬들였습니다. 하지만 라인야후가 네이버클라우드와의 업무 위탁 관계를 끊기로 선언하면서 향후 직접적인 매출 타격이 예상됩니다.
알리·테무의 공습, 아직은 ‘파트너’지만…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조여오는 C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도 네카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아직까지는 알리·테무가 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네카오 광고 플랫폼에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파트너’로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C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은 결국 네카오의 주력 서비스인 ‘커머스’ 부문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네카오의 대내외 리스크와 서비스 환경의 부정적 요인은 결국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가는 양 사의 갑갑한 상황을 대변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AI 등 기술력을 통한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로 꼽히는데요.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의 경우 일본에 진출한 플랫폼 사업의 추수를 잘하지 못하고 뺏기게 된 상황이 됐고, 카카오의 경우는 무리한 사업 다각화를 통한 문제가 발단이 되는 등 이 모든 문제는 결국 경영”이라며 “두 기업이 발 빠르게 움직여 AI를 접목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발돋움하는 경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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