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배달 플랫폼의 ‘무료 배달’ 경쟁이 격화되면서 정률제(배민1플러스) 수수료와 운임료를 두고 점주와 배달 종사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온플법)’으로 불이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상생의 측면에서 플랫폼 업계가 협회를 설립해 점주·배달 종사자들과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배달 오토바이 (사진=뉴스토마토)
24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원 100여명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배달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규탄대회는 배달의민족 라이더와 배달 상점주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개최됐는데요. 이들이 땡볕 거리로 나선 배경은 배달 플랫폼 업계의 ‘출혈 경쟁’에서 기인합니다.
현재 쿠팡이츠가 쏘아 올린 무료 배달 전쟁은 배민과 요기요가 참전한 후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인데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을 점주와 배달 라이더에게 전가 시킨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특히 배민을 타깃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배민은 이달 1일부터 B마트에도 ‘구간배달(묶음배달)’을 도입하며 건당 2200원의 운임 체계로 변경했는데요. 그간 건당 3000원의 배달료에 더해 거리 할증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구간배달로 배차가 될 경우 기본 운임료가 낮아지고 중복되는 거리는 할증료가 사라져 불만을 터트리는 겁니다.
점주들도 배민을 저격하고 나섰습니다. 무료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무료 혜택을 제공하려면 플랫폼 사업자에 정률제 수수료를 내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배달비와 결제 수수료 등의 지출을 감안하면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 점주들의 설명입니다.
이들의 호소는 국회로 옮겨붙을 전망입니다. 제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온플법)’ 제정을 추진 중인데요.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주민 의원은 “온플법으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을들의 노동 조건과 처우를 개선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배민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B마트의 운임 단가를 낮춘 것이 아니고 ‘구간배달’을 새롭게 도입한 것으로 기본 운임에 거리, 묶음 개수 등으로 할증이 들어간다는 것이 배민 측의 설명입니다. 또한 점주들이 지적하는 정률제 역시 배민은 타사(쿠팡이츠 9.8%, 요기요 12.5%)에 비해 낮은데요. 배민 관계자는 “오히려 점주분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배민 배달(정률제), 가게 배달(정액제) 둘 다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시장 속 무료 배달로 인한 출혈경쟁으로 이 같은 갈등 상황이 빚어졌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회를 신설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이 혁신적인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지만 시장이 커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생겼다. 지금 여러가지 인건비 상승 등 업주들이 조금 더 페이버(배려)를 가져가는 식으로 조정이 돼야 한다”라며 “플랫폼 업체들이 협회를 만들어서 이런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관련된 사업자들이 많아서 협회 위주로 자율 규제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거의 독점 형태로 사후 규제를 포함해 플랫폼 사업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모니터링하고 제재할 수 있는 근거들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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