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임제 한계…국가 미래도 우왕좌왕
5년 대통령제 '87년 체제' 명암 극명…장기집권 막았지만 정책 연속성 실종
2024-05-10 17:16:52 2024-05-10 18:20:42
지난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5년 단임 대통령제가 핵심인 '87년 헌법' 체제의 명암은 극명합니다. 군부독재 정권의 장기 집권을 막고 대통령을 국민 손으로 직접 뽑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한계도 뚜렷합니다. 5년 단임 대통령의 특성상 임기를 넘는 중장기적 국가 미래 비전을 추진할 기회나 동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힙니다. 5년을 주기로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단임제의 한계 때문입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입니다. 1987년 당시 정치권이 군부정권의 장기집권에 대한 폐해를 없애고자 정치적으로 합의한 결과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5공화국(전두환정권)이 종식한 이후 30여년이 흐른 현재로선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가 명확한 상황입니다.
 
빨라지는 레임덕5년 단임제 '한계'
 
무엇보다 5년이란 비교적 짧은 재임 기간 때문에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취임 후 1~2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사실상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취임 초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통성과 정체성 확립에 매달렸고, 정책 로드맵 마련에도 나서며 집권 초 1~2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기는 불과 2~3년에 불과했습니다. 
 
집권 중반기인 3년 차가 되면 본격적으로 레임덕이 발생합니다. 이때쯤이면 집권세력 또는 야권 내에서 어김없이 미래 권력이 등장합니다. 현재 권력인 현직 대통령에서 미래 권력인 차기 대권주자로 무게추가 이동하면서 양측이 충돌하게 되고, 이는 국정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체로 미래 권력이 집권하게 되면 이전 정권과는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에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북 정책입니다. 김정은 집권 13년간 남북 관계는 대립과 화해를 반복하며 냉온탕을 오갔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른 영향이 큽니다.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 3000,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사실상 남북 간 대립구도를 강화했습니다. 이후 남북협력을 표방한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다소 완화됐습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발로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의 연장선에 선 결과, 남북 관계는 다시 대립 구도로 전환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정책적 일관성을 잃어가는 동안 북핵은 일관되게 고도화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1월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공)
 
정권 바뀌면 전 정권 '지우기'중장기적 국가 비전 '실종'
 
이러한 문제는 역대 대통령들이 중장기적인 국가 비전을 마련하지 못한 채 근시안적인 접근에 매달리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한 일입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만이 사실상 유일하게 국가 미래 발전 계획인 '비전 2030-함께하는 희망한국'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2030년까지 한국을 복지국가로 이끈다는 목표를 최초로 제시한 정책 로드맵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전 2030'은 정권 말에 마련된 데다 정권 재창출의 실패로 장밋빛 계획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4·10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 대통령도 레임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임기 말까지 이어질 '여소야대' 국회 지형과 '20%대 박스권'에 갇힌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감안하면 '조기 레임덕'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입니다. 현 상황이라면 국정과제 입법과 예산, 인사권 행사 등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고, '교육·연금·노동' 등 3대 개혁은 물론 의료개혁 등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은 임기 내내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별다른 성과 없이 임기를 마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무책임해지는 것은 물론 임기 중반 레임덕 문제가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국식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며 "대통령의 인사권, 입법권, 예산권 등 대통령의 권한을 굉장히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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