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업무차 싱가포를 방문했을 때 ‘유니버셜 스튜디오’라는 테마파크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기구와 쇼 같은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테마파크는 각국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반영한 테마 구역에서는 그 나라의 음식, 의상, 전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계절별로 특별 이벤트나 축제가 열립니다. 종종 영화나 책에서 볼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재현해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의 장을 마련해 주고, 다양성과 포용성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곳이 바로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역할은 더 절대적입니다.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주변 호텔, 식당, 상점들의 매출을 올려줍니다.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기여합니다. 테마파크는 단순한 여가 활동의 장소를 뛰어넘어 이처럼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소중한 곳입니다.
국내에도 롯데월드, 레고랜드 등 크고 작은 테마파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처럼 밸류가 크고 다양한 볼거리, 축제를 동반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테마파크가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테마 지식재산권을 가진 회사의 투자 의지가 있어야 하고, 부지가 확보돼야 합니다. 수요 등 사업성을 따져야 하고 당국의 허가도 필요하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자금 유치입니다. 이런 대형 사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요. 지금 PF 연체율이 오르고 부실 우려마저 나오다 보니 우량한 사업도 주저하는 현실입니다.
이런 속에서도 도시화, 인구 증가, 경제 성장 등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부동산 개발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직장과 주거가 함께하는 신도시 지역들이 그렇습니다. 상업 및 주거 복합 개발이 이루어지는 대도시 외곽 지역이나, 교통망 확장이 예정된 지역 등은 높은 잠재적 수익성을 제공합니다. 친환경 건축이나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개발 프로젝트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의 국내 유치도 같은 차원입니다. 수요는 충분하나, PF가 원활해야 가능합니다. 1조원이 넘는 사업을 손에 쥐고 있는 현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사업체는 없습니다.
타이타닉·미션임파서블 등 영화 속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글래디에이터 같은 영화 속 공간을 재현하고 테마로 구성한 놀이시설. 만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키즈 스튜디오와 1년 365일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그리고 워터파크, 리조트, 호텔까지. 다들 상상이 되나요?
금융당국과 금융사들도 꼭 필요한 곳, 사업성이 큰 곳으로의 PF 투입에는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시장이 침체해 있다는 이유로 투자를 주저한다면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면 굶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김의중 금융증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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