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부분은 너무 오랜만에 하는 기자회견이라 기대가 상당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런데 제목에 ‘국민보고’가 포함된 불길한(?) 이유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담화에서 줄줄 읽어가는 내용은 자화자찬도 이런 자화자찬이 없을 정도로 자랑질이었습니다. 놀란 입이 다물려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쉼 없이 뛰어왔고, 과거 정부의 문제는 정상화했고, 외교를 통해 운동장을 넓혔다고 자평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들었던 건전재정 정책과 민간주도 성장정책으로 경제 회복세를 강조했습니다. 청신호가 켜졌다고 합니다. 달나라 대통령의 자랑질은 끝이 없었습니다.
특히 강조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해서 역대 비교에서 분규 일수가 1/3 줄었다고 하면서 뿌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시급한 민생정책 매진 개혁에 힘써왔고,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라고 합니다. 기자가 질의한 물가 대책에 대한 답변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임 이후, 제일 중요한 것은 물가관리에 두었다. 가장 중요한 지표로 관리해서 잘 잡아 왔는데, 장바구니 물가, 외식 물가만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농수산물품 등은 수백억 예산을 투입하면 잡을 수 있다. 할인 지원과 수입할당관세 정책으로 잡을 수 있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잡겠다”라고 했습니다. 총선 때, 파 한 단의 가격이 857원 때와 비슷했습니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자평만으로 보면, 잘못한 일이 없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국민이 선생님이라면 윤석열 학생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칭찬만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제가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스탬프 도장으로 “너무너무 잘했어요”를 찍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종종 있는 일인데, 학생에게 선생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격려만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나라가 제대로 굴려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국민은 생각할 것입니다.
오늘 담화에서 새로 제기된 것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입니다. 부총리급으로 해서 저출생 문제에 관한 교육, 노동, 복지의 종합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합니다. 야당의 협조를 구했습니다. 대통령이 야당과 협조, 협치하려면, 소통과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기자가 질문한 총선 평가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라고 했습니다. 말로는 인정했지만, 깊은 반성과 성찰로 이어진 느낌은 없습니다. 김건희 특검과 채해병 특검에 대해서 계속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정치에서 협치가 되려면, 대화와 타협이 기본이고, 실제로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국정 사항과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을 주고받고 해야 협치의 시동을 걸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함께 일하라는 게 민심”이라고 했는데, 이를 실천하려면,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먼저 야당의 요구에 응답해야 협치가 시작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담화를 말하는 책상에는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라는 명패가 눈에 띄었습니다. 앞으로 소통과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데, 정말 책임지는 자세로 돌아설까요?
채해병 특검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60% 이상 필요하다고 하는데도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로 진상 규명될 것이고, 진행 중인 사법절차를 믿고 지켜보자 했습니다. 이종석 장관 호주대사 임명에 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용산시대를 열면서, 대통령은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수사 진행만 보자고 합니다. 대일관계 개선에서 한 ‘고독한 결단’을 이제는 정치적 위기가 최고로 고조되어 가는 지금, 여야 협치를 위한 ‘고독한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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