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의정 대화가 양측 입장차만 확인하고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 입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정치적 부담을 던 정부가 면허정지 절차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갈등과 관련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한 이후, 면허정지 본통지와 사전통지서 송달 절차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외래 진료를 줄이기로 한 첫날인 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대학병원 로비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복지부가 그동안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미복귀 전공의 수는 1만1994명으로, 이들 중 사전통지서에 대한 의견 개진 기간이 만료된 전공의는 지난달까지 총 4942명입니다. 행정 절차에 따라 의견 개진 과정이 만료되면 실제 처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지만, 절차상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로서는 일괄적으로 대규모 처분 상황 자체를 피하고 싶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정처분 유예 입장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겁니다. 더구나 총선 이후 정치적 부담도 덜면서 정부가 내세운 ‘법과 원칙’ 기조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면허정지, 없던 일 가능하냐”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돼도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처분 확정은 아니다. 정부 입장에 따라 실제 처분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다만 정부가 지금에 와서 행정처분을 아예 없던 일로 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전체 전공의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건 힘들 수 있다”며 “주도자급에 한해 행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하면서도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도 이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이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될 경우 정부는 관용이나 선처 없이 엄정 대응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이 없던 일이 된다면, 시민단체들이 나서 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전공의나 의대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병원과 학교 복귀를 설득하는 지도교수·전문의들의 전화 한 통이 없다고 한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으니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의료계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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