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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000880)가
한화오션(042660)에 플랜트 사업을 넘기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일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화는 지난 3일 그룹 내 사업 개편의 일환으로 건설 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 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한화오션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해상풍력 사업은 한화오션과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지만, 육상 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의 기존 사업과 접점이 없어 시너지 창출이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업 양수로 신사업 발판 마련
5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오는 7월1일 한화의 해상풍력 및 플랜트 사업을 양수받는다. 두 사업의 양수 금액은 각각 1881억원과 2144억원이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두 사업과 관련된 자산·부채·계약 및 인허가 등 권리도 모두 양수받는다. 양수금액은 향후 금액 산정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화오션의 유동성은 지난해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충분히 확보됐기 때문에 사업 인수에 있어 유동성 문제는 염려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9243억원으로 2022년(1조1520억원)보다 67% 증가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금액은 기존 사업 강화와 신사업 진출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의 사업 양수는 한화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한화의 글로벌 부문에 속한 플랜트 사업과 건설 부문에 속한 해상풍력 사업을 한화오션에 넘겨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유사 사업군을 묶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동시에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그룹에 편입되면서 조선사업과 함께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오션은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양수 받음으로써 에너지 사업을 시작할 기반을 마련했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해상풍력 설치선을 건조해 왔기 때문에 해상풍력 사업을 인수할 경우 발전소 건설부터 건설에 필요한 설비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발전 수요 증가에 따라 해상풍력 발전기가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더 큰 설치선이 필요하다. 이에 선박 당 건조 단가 상승 등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랜트 사업은 시너지 반감 우려
다만, 플랜트 사업은 시너지 효과 발생 가능성이 의문이다. 한화의 플랜트 사업은 육상 플랜트 사업과 신사업인 수소 생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소 사업은 조선업을 주력으로 삼는 한화오션과의 시너지가 기대되지만, 육상 플랜트는 육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한화오션과 시너지가 창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플랜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석유·화학 공장, 화력발전소 및 산업용 공장 건설에 사업이 집중돼 있다. 한화의 플랜트 사업부 매출액은 지난해 6800억원, 수주잔고는 9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플랜트 사업 포트폴리오가 육상 분야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매출의 다수도 육상 부문에서 창출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화오션은 필립 레비 전 SBM 오프쇼어 미국 지사 사장을 해양사업부장으로 영입하며 해양 플랜트 사업에 공을 들일 채비에 나섰다. 이에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설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 EPICO(해양 신재생 에너지 일괄도급 사업)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해양 플랜트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육상 플랜트가 주력인 사업을 양수하면서 시너지 창출이 한정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은 한화오션의 육상 플랜트 사업 양수에 대해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지에 대해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화오션이 플랜트 사업의 수소 신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확보할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1월 한화임팩트가 인수한 HSD엔진은 암모니아 추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분해하면 수소가 되기 때문에 연계성도 높다. 아울러 수소와 암모니아 모두 탄소가 없어 친환경 선박에 적절한 원료다. 한화그룹은 플랜트 분야의 신사업으로 수소 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이 플랜트 사업 양수 후 암모니아와 수소를 생산해 선박 연료부터 친환경 선박 건조까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완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 측은 육상과 해상으로 나눠 사업 시너지를 나누는 것보다 발전소 설계 등 전문 인력을 융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업 양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 측은 육상 플랜트와 한화오션의 시너지 효과 등을 묻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양도함으로써 한화오션이 발전소 설계 경력이 많은 인력들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해상풍력과 플랜트 사업을 융합한다는 차원에서 설계 전문 임직원들을 활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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