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공관장 합동 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용산발 리스크'의 중심 인물로 꼽혔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이어 이종섭 주호주 대사도 사퇴했습니다. 특히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사의 사퇴는 최근 거세진 정권심판 민심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당으로선 총선 악재 중 하나를 걷어낸 셈이지만, 정권심판론 구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 대사가 29일 오전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하고, 외교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 대사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입니다. 이 대사는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외교부는 약 2시간 만에 이 대사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4일 윤석열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 대사를 주호주 대사로 임명했습니다. 당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었던 이 대사를 주호주대사로 발탁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더군다나 출국금지까지 됐던 인물의 임명이라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후 이 대사가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무부는 이 대사의 출국금지 조치마저 해제했고, 이 대사는 결국 10일 호주로 출국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 대사를 향한 '도피성 출국'이란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정권심판론 재점화…판세 불리에 결국 사의 결정
급기야 총선 민심에도 악영향을 미치자 여당에서도 조기 귀국 요구가 이어졌고, 결국 이 대사는 21일 귀국했습니다. 방산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란 이유였지만 '급조한 회의'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국내로 귀국했다고 해도 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총선 회피용이란 비판이 나오면서 이 대사의 거취 문제가 계속 여당의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이 대사가 물러나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이 대사의 사의를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사가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대사 논란으로 점화된 정권심판론이 점차 거세지면서 여권의 총선 판세가 전국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됐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 우위 흐름이 유지되는 분위기입니다. 29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3월26~28일 조사,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전화 조사원 인터뷰)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대 민주당 29% 대 조국혁신당 12%였습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41%로, 국민의힘(37%)에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습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3월24~25일 조사,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선 ARS 방식)에선 지역구 투표 정당 후보 지지도가 민주당 50.4%, 국민의힘 35.3%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보다 높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수서역에서 GTX 열차를 탑승한 뒤 경기도 화성 동탄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사 논란이 불거진 동안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사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되기 전인 지난달 27~29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9%였지만, 이후 4주 만인 이번 주에 34%까지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53%에서 58%까지 상승했습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이 대사 임명 전인 지난 2~3일 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43.2%였지만, 이후 3주 만인 이번 주에 32.5%까지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부정평가도 54.9%에서 64.1%까지 올랐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의정갈등 수습 관건…김경율 "파국도 마다치 않아야"
윤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것은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수습입니다. 윤 대통령이 2000명 의대 증원을 계속 고집할지 주목됩니다.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의료계는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함께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등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의정 갈등에 대해 한목소리로 대통령실의 전향적 해결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안철수 경기 분당갑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을 고집하지 말고 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 문제를 풀어갔으면 한다"며 "국민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의대 정원을 두고 정부와 의사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데 대해 "보다 전향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민심을 얻는 것이라면 어떻게 보면 파열도, 파국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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