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039130)가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행업계의 판도 변화 가능성에 눈길이 쏠립니다. 특히 야놀자나 여기어때 같은 온라인여행사(OTA·Online Travel Agency)가 종합 패키지 여행사 1위인 하나투어를 사들일 경우 여행업계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M&A를 거쳐 대형 여행사가 탄생할 경우 기존 패키지 여행사들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됩니다.
27일 여행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토종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하나투어 매각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보유한 16.68%를 비롯해 박상환 회장(6.53%)과 권희석 부회장(4.48%) 등을 포함한 27.78%와 경영권까지 함께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지난해부터 실적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2019년 말 2350명에 달하던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20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면세사업은 2020년 접었고, 서울 일대의 호텔 3곳 역시 모두 매각하며 비주력사업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되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16억원, 343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주당 5000원의 배당을 결정했습니다.
특수관계자 지분 등까지 포함한 인수가가 3000억~4000억원대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OTA가 인수 주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항공과 티켓, 레저 등에서 경쟁력이 높은 이들 OTA가 국내 종합 패키지사를 인수하면 몸집을 키우고 회사 가치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여행업계에서는 항공이나 티켓 등보다 공동구매 성격의 종합 패키지 사업의 마진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투어에 앞서 지난해와 올해 초에는 야놀자의
모두투어(080160) 인수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산업에서 '온라인 유통채널'의 비중은 2017년 60%에서 2025년 72%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됐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여행업의 온라인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OTA는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어때는 지난 2021년 온라인투어 지분 20%를 사들였고, 야놀자는 2022년 인터파크에 이어 트리플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야놀자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OTA가 항공권, 숙박, 레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OTA와 경쟁 없이 수익을 내고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사업분야가 바로 패키지여행"이라면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캐시카우로 종합여행사에 대한 인수 수요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OTA가 하나투어를 인수할 경우 하나투어 뒤를 잇던 정통 패키지 업체들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OTA가 패키지 시장까지 장악한다면 기존 정통 여행 업체들의 매출은 물론 영향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여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항공권과 숙박, 티켓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OTA가 전통적 패키지 여행시장 강자인 하나투어를 인수하면 여행시장 독과점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하나투어 미디어데이에서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하나투어)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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