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의료개혁 ‘진료독점권’ 해결이 관건
“의사들의 과도한 의료독점 권한 개선해야”
2024-03-20 17:18:20 2024-03-20 18:12:11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확정한 가운데 의료개혁을 위해선 의사들의 진료독점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법조계는 전공의단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업무개시명령도 의사들의 진료독점권이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이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간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당장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보건복지부가 내린 면허정지 3개월 처분에 대해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이 예고됐습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사직을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사직서 제출이 직업 선택의 자유고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위법하다는 논리는 우리 의료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우리나라는 의사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독점권이 강해서 진료거부 금지 조항과 업무개시명령이 허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사들이 진료독점권을 가졌기 때문에 진료의무도 함께 진다는 겁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27조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규정하면서 의사들의 진료독점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곡된 의료체계, 고스란히 국민 피해”
 
이에 대해 다른 변호사는 “우리는 안마와 문신, 임상심리치료, 침구 행위 등을 모두 의료행위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한의사들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개원해 일하는데, 우리 법대로라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구속됐다. 실제 우리의 경우 강남이나 서초경찰서에 가면 문신, 안마 등 무면허 의료행위 사건들이 수백건씩 쌓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의료행위 독점 권리를 포기해야 진료거부 금지나 업무개시명령 등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형법 학자들을 중심으로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진료거부 금지는 유지한 채 일반환자의 진료거부 금지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근본적인 의료개혁을 위해 의사들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의료 독점 권한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의대 증원 갈등과 같이 의사들의 실력 행사가 반복되면서, 의료체계가 왜곡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시행 중인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의 업무범위 확대도 같은 맥락이란 설명입니다. 한 변호사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업무범위는 줄곧 쟁점이 돼 왔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간호사들이 수술실에서 레지던트 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던 게 현실”이라며 “필요할 땐 합법이고 문제가 발생하면 불법으로 모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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