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기로의 이지스자산운용)①손 떼는 오너 일가
오너 일가 지분 매각설에 급하게 진화
창립자 별세 이후 꾸준히 지분 매도
"매각 지분 25%, 경영권 확보 어려워"
2024-03-14 06:00:00 2024-03-1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7:3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금융의 선두주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오너 일가를 비롯한 핵심 주주의 지분 매각설이 시장을 달구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조성한 미국·유럽 상업 부동산 투자 펀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됐다. 이 와중에 국내 사업부문에서도 잇따른 인력 이탈과 소송 등으로 내부마저도 시끄럽다. 기로에 선 이지스자산운용의 현황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1위 부동산 신탁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업계에 따르면 오너 일가와 기타 관계자가 보유한 지분 25%가량의 매각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아직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점점 감소하는 상황에서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매각설 휩싸인 이지스자산운용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임직원에게 보내는 사내 메일을 통해 시장에서 거론된 매각설에 선을 그었다. 매각 주체로 거론되는 인사 중 한 명인 조갑주 신사업추진단장 명의로 발송된 메일에선 매각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은 맞지만 매각 방침이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조 단장을 비롯한 창업주의 유족들 지분을 매각한다는 매각설에 휩싸였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은 창업주인 고 김대영 의장의 유족인 부인 손화자씨가 전체 지분의 12.4%, 조 단장의 개인 지분 1.99%와 개인회사 지에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분 약 1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상으로는 손화자씨가 최대주주지만 손씨를 비롯한 오너 일가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고 사실상 조 단장이 회사를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장은 매일을 통해 “자문만 구했을 뿐, 어떤 법률적 합의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투자 유치와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해 매각설에 대한 불씨는 남았다. 
 
조 단장은 “더 좋은 투자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주주 유치로 지금의 지배구조보다 좋은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저는 그러한 선택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모든 판단의 기준은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더 좋은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의사결정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창립자 사후 지분 매각 계속 
 
이지스자산운용의 오너 일가는 지난 2018년 창립자인 고 김대영 의장 별세 이후 지분 매각을 진행해 왔다. 경영과 소유가 분리돼야 한다는 고인의 생전 유지를 따른 것으로 7년 전 조 단장이 이지스자산운용의 대표로 합류했을 당시에도 상속법에 따라 지분을 상속받은 손 씨 외 자녀들은 이지스자산운용 지분이 전혀 없다. 
 
고인의 지분은 모두 상속법에 따라 부인인 손씨도 상속받았지만 상속세 마련을 명목으로 2019년 자회사 스카이밸류 지분 9.26%를 양도한 것을 시작으로 금성백조, 이지스자산운용 등의 지분을 지속 넘겼다. 현재 손씨가 보유한 지분은 12.40%에 불과한 반면 5% 이상 주주는 여섯이다. 
 
 
  
주도권 없는 지분 매각 '안갯속'
 
이지스자산운용은 2016년부터 국내 자산운용사 중 부동산 수탁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 관련 수탁자산 규모는 22조원으로 국내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의 14.2%를 차지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기조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금융시장에서 성장해가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요 사업인 부동산금융이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다수의 소규모 주주가 혼재된 상황에선 지분 매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5% 이상 주요 주주는 손씨(12.40%)와 조단장의 개인회사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를 제외하고 대신증권(003540)(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8.59%), 현대차증권(001500)(6.59%), 한국토지신탁(5.31%), 태영건설(009410)(5.17%) 등이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대신프라이빗에쿼티와 엑셀시어캐피탈, SKS프라이빗에쿼티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가이아 제1호에 지분 매각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의 총 기업가치는 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지분 총합 25% 가량인 손씨와 조단장 등 특수관계인 측은 이지스자산운용 기업가치로 8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가는 2500억원이나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실 문제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인수한 뒤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도 이지스자산운용의 오랜 파트너다. 4대 주주인 우미글로벌은 우미그룹 오너 2세 소유 회사로 이지스자산운용과 지난 4월 부동산 디벨로퍼 이지스린을 공동 출범 시킨 바 있고, 5대·7대 주주인 현대차증권과 한국토지신탁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즈니스에 함께 출자했다.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떠난 이후에도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분 25% 정도로는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현재 해외부동산 부실 문제가 금융업계 리스크로 떠오른 만큼 덩치가 큰 회사를 인수할 회사도 마땅치 않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해외부동산에 관련한 고강도 관리 방안을 내놓은 시점에서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거기에 더해 부동산 펀드 운용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시장에서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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