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의료계가 아수라판이다. 수술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고 급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계를 이길 수 없다”고 호기로운 말까지 하고 있다. 정말 “그들이 사는 세상” 그 자체다.
정부가 2024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의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가 총파업을 예고했고,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이미 대거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의료계에서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것을 반대하는 주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적정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계획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에 따른 의사 정원 증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과거 정부가 약속한 의사 숫자 증대 금지 약속을 현 정부가 어겼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이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 구성비가 20.0%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 초고령사회에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에 따라 병원의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단순히 적정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계획이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업무 강도가 높지 않으면서도 수입이 많은 전공으로 의사의 숫자가 몰리면서 필수 의료 분야의 의사 숫자나 공급망이 턱 없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고 이는 의료계가 자초한 것이다. 이번 정책이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과거부터 제기되어 온 의료 개혁 정책의 일환이지 단순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의사 수 문제는 사회 변화에 따른 정책적 판단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지 과거 정부와의 협의에 구속될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이 의료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않고, 대부분의 국민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잡는 의료계의 총파업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온한 대처로 학습 효과를 만들어 줄 이유가 없다. 의료 파업에 대하여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살펴보면, 의료법,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 등 4가지 법령에 따른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고,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의료인과 의료기간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정부의 진료유지명령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의료법 15조에서는 의료인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의료인 파업 등이 진료거부행위로 인정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과거와 달리 의료법이 개정되어 의사들의 파업 등 집단 행동이 각 의사 개개인의 면허 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명확하다. 과거에는 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에 대해서만 면허를 취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료 파업 등을 한 의사라도 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23년 5월 의료법이 개정되어 의사가 어떤 사유로든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고, 이에 진료거부행위를 한 의사나 진료유지명령을 위반한 의사에 대해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하고 이를 통해 면허를 적법하게 취소할 수 있다.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및 공정거래법 역시 적용할 수 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이 공휴일과 야간에 당직 응급의료 종사자를 두고 응급환자를 언제든지 진료할 수 있는 '비상진료체계'를 갖추도록 하고 있는데, 근무 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위반해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하면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사 총파업에 대한 담합행위를 결정·주도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개인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해당 단체엔 최대 5억원의 과장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도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의료법 제2조 제2항에서는 “의료인의 사명과 관련하여 의료인은 임무를 수행하여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고 명확히 정하고 있다. 지금 시점은 의료인 스스로 본인이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을 진정성 있게 다 하고 있는지 되물어 봐야 하는 때가 아닐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던 의사 초년생이었을 때의 초심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과연 히포크라테스가 지금 한국의 의사라면 그 역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 삼아 의사 파업에 동참했을까.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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