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AI(인공지능)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하면서 규범 마련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AI와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인 상황 속 대처 방안 및 가이드라인 마련, 현장 소통 등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4일부터 매주 1~2차례씩 AI 일상화 가속화를 위한 업계 현장 간담회를 진행 중입니다. 의료, 법률, 미디어, 통신 등 전통산업 분야를 비롯해 학술, 공공, 심리상담 등 AI가 접목되는 영역에서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위함입니다.
AI 일상화 연속 현장간담회(학술) (사진=과기정통부)
AI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아 제도 정비를 추진 중입니다. 문체부는 지난해 말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하고 저작권 활용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I 기술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올해 12월까지 AI 단계별 6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원칙과 기준을 구체화해 담기로 했습니다. 또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법령 준수 방안을 마련하는 ‘사전적정성 검토제’도 오는 3월부터 본격 운영합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위)
규제에 방점이 찍힌 정책도 병행됩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부터 네이버 등 AI 서비스를 운영 중인 기업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 중인데요. 이와는 별개로 올해 AI·슈퍼앱·스마트카 등 3개 신산업 분야에 대한 예방점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슈퍼앱은 네이버앱, 카카오톡 등 여러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앱을 일컫습니다.
현재 네이버(
NAVER(035420))는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
(LLM)인
‘하이퍼클로바
X’를 네이버앱 등 자사 서비스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는 지난해
AI를 활용한 초개인화된 추천 기술을 네이버앱에 적용했는데요
. 올해는 쇼핑과 모바일 검색 부분으로
AI를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 카카오(035720) 역시 주력 사업인 카카오톡에 개발한
AI를 접목하는 형태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
네이버와 카카오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AI·슈퍼앱 등 신산업 분야 개인정보위의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정보위는 현황 파악이 끝나는 3~4월쯤 실태조사 등 세부 계획을 세울 예정입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는 대량 또는 새로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먼저 이 분야에 대해 살펴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점검을 할지 조사를 할지 추후에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규범,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 등 논의만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쉽다는 지적입니다. 아직 AI 산업이 초기인 데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면 범부처 차원에서 추상적인 거대담론이 아닌 산업 진흥을 위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는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AI 산업의 수준과 방향성에 대한 비전이나 계획들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라며 “생각만큼 산업 균형 차원의 규제 혁신 관련 성과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산업도, 표준도 없는 상황에서 규범에만 집중하기보다 혁신이나 산업 진흥 차원에서 법안들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AI 정책은 과기정통부가 총괄한다고 하지만 규제 분야에서는 타 부처 법안으로 인해 통일된 방향으로 가기 어렵기에 집중된 거버넌스도 필요하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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