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업계, 반도체장비 중국 수출통제 요구…한 기업들 노심초사
삼성·SK, 장비 반입 무기한 유예 받은 지 약 4개월 만에 통제 동참 압박
미 반도체업계 목소리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예의주시 모드’
2024-02-01 16:03:23 2024-02-01 16:58:59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과 일본 등 미 동맹국들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수출통제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미국으로부터 어렵사리 장비 수출통제 무기한 유예를 받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약 4개월 만에 다시 살얼음판을 걷게 됐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주무 부서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가 동맹국보다 복잡하고 포괄적이라 미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도 수출통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한 것인데요.
 
우선 미국 반도체업계의 목소리가 미국 정부에 전달된 것은 맞지만 미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현재로선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1년 넘게 중국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통제를 받다가 겨우 통제가 느슨해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업계의 목소리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과 맞물리며 연쇄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2023년 7월 26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70주년 기념 특별전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rified end user, VEU)’로 지정하면서 미국의 별도 허가 절차 없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 적용을 무기한 유예했습니다. 때문에 미국 반도체업계가 한국 기업 동참을 압박한다고 해서 무기한 유예가 단숨에 번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미국이 삼성·SK 규제를 풀어준 건 이들이 전세계 메모리 생산량 80%를 차지하기 때문이고, 이들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구글 등 미국 IT 기업들도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선 첨단 장비를 제작하는 네덜란드, 일본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게 효과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올해 미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자국 기업 보호차원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VEU’만을 믿고 안심하긴 이르다는 일부 시각도 존재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VEU로 지정하면서 양사의 중국 공장의 장비 수출 과정이 다소 느슨해진 것은 맞지만 대선을 앞둔 점을 고려하면, VEU를 무효하거나 추가 수출통제 규제 등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쑤저우에는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충칭에서는 후공정 공장을 다롄에서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장비 최대 수출 대상국”이라며 “미국의 규제 강화에 동참할 경우 중국 외 시장을 공략해야하지만 기술력 격차 등으로 쉽지 않아 장비 수출이 감소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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