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살아나니 자동차 ‘혹한기’…가격경쟁 심화 우려
현대차, 연간 최대실적에도 4분기 둔화…낮아진 이익률
판관비도 급증세…연초부터 테슬라-BYD발 가격경쟁 우려
반도체는 AI 수요 훈풍…엔비디아 대체할 삼성-SK 기대
2024-01-29 13:59:24 2024-01-29 14:10:4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반도체 훈풍이 부는 와중에 자동차 한파가 닥쳤습니다. 작년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는 4분기 성장이 둔화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재고가 늘고 가격경쟁이 치열해진 배경 탓으로 풀이됩니다.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시황이 반등하고 국내 삼성과 SK 수혜가 점쳐지고 있는 반도체와 상황이 사뭇 교차됩니다.
 
 
29일 현대차 및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작년 최대실적(영업이익 15조1269억원)에도 4분기엔 영업이익률이 8.2%로 전년동기 대비 0.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특히 자동차부문 영업이익이 연간(12조9690억원)으로는 전년보다 64% 성장했는데 4분기(3114억원)엔 3.1%에 그쳤습니다. 글로벌 차량 판매도 4분기(2123만7000대) 5.6% 늘었는데 연간 평균 7.8%를 밑돌았습니다.
 
판매관리비도 급증세입니다. 지난 4분기 판관비(4조9440억원)는 전년동기대비 12%나 올랐습니다. 연간 평균으로는 0.5% 감소했던 데서 반전된 것입니다. 현대차의 판관비에는 해외시장개척비와 수출비, 광고선전비 및 판매활동촉진비, 판매수수료, 판매보증비용 등 영업 관련 비용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미국내 전기차 재고가 늘며 각국의 보조금도 줄어든 게 배경입니다. 그 속에 테슬라와 BYD 등의 가격경쟁도 길어졌습니다. 이들은 이미 작년에 가격을 낮췄는데도 올초 추가할인에 나섰습니다. 유럽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에서 테슬라 모델Y 가격이 최대 9% 저렴하게 공급됩니다. 독일이 작년 12월 전기차 보조금을 갑자기 종료한 여파입니다.
 
아울러 중국에서 가격경쟁을 벌여온 BYD가 독일로 건너온 것을 견제하는 의도도 비칩니다. BYD는 작년 4분기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테슬라에게서 쟁탈했습니다. BYD 역시 독일에서 15% 가격할인을 단행합니다. 테슬라는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탈리아, 덴마크 등지에서도 가격을 내려 유럽 내 가격경쟁이 치열합니다. 
 
최근 현대차도 가격할인 정책을 꺼냈습니다. 미국에서 아이오닉6의 경우 16% 정도 인하했습니다.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하자 그만큼 가격을 내려 점유율을 방어하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완성차 경쟁은 부품사에도 부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가 배터리 조달 비용을 낮추며 배터리 제조사도 이익 방어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출도 바통을 넘겨받습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작년 10월 –3.1%에서 11월 12.9%, 12월 21.8%로 올랐습니다. 반면 자동차는 11월 21.5%에서 12월 17.9%가 됐습니다. 올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 감소했습니다. 무역수지는 26억달러 적자를 봤습니다. 전달 동기간 13% 증가하고 16억달러 흑자를 봤던 데서 부진합니다.
 
반도체는 올해 전망도 밝습니다. 지난주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방한해 경계한 삼성전자 사장 등 경영진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습니다. AI 붐이 일어 반도체 수요도 늘어난 추세에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삼성과 SK가 대항마로 커질 것이란 기대를 낳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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