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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그동안 주류 가격을 동결해왔던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새해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특히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경쟁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반출가격을 인상하면서 수익성도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반출 가격은 제조원가에 마진을 붙인 가격으로 정부가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함에 따라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단계에서 제품의 가격은 인하될 것으로 예상돼 가격저항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롯데칠성 영업이익률 하이트진로 제쳐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를 기준으로 롯데칠성 주류부문 영업이익률은 5.60%를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000080)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 4.95%대비 0.6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말까지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은 7.63%를 기록하며 국내 대형 주류업체 빅3 중 영업이익률 2위를 기록해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도 9.40%였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 5.15%,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7.24%를 기록하며 하이트진로보다 낮은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이 같은 수익성 변화는 올해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출시로 인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관리비를 확대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분기를 기준으로 하이트진로의 매출원가는 지난해 56.64%에서 올해 55.97%로 소폭 줄어들어드는 데 그쳤지만, 판관비 비중은 33.96%에서 39.09%로 늘었다. 특히 광고선전비의 경우 1945억원을 기록하며 직전분기(1383억원)대비 40.64% 급증했다.
반면 롯데칠성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새로와 별빛청하가 올해 들어 매출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한 맥주공장 가동률 상승 등에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최지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음료·주류 주요 경쟁사들의 출혈 경쟁 지양 움직임을 고려하면 롯데칠성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특히 롯데칠성은 업종 내 원재료 압박이 가장 높은 업체이나 이를 뛰어넘는 점유율 확대와 비용 효율화 시현 중"이라고 말했다.
늦은 가격 인상…본격적인 수익성 개선
주류업계는 이미 지난 10월 오비맥주를 시작으로 하이트진로와 보해양조·무학 등 주류업계가 줄줄이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오비맥주는 10월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6.9% 올리며 가격 인상 총대를 멨다. 이어 다음달인 11월9일부터 하이트진로는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360밀리리터(㎖) 병과 1.8리터(ℓ) 미만 페트류를 대상으로 출고가를 6.95% 올렸다. 진로의 경우도 360㎖ 병의 출고가가 9.3% 뛰었다.
대형 주류업체가 가격을 잇따라 올리자
무학(033920),
보해양조(000890),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한라산 등 지역 소주 업체들도 뒤따라 가격을 올렸지만, 롯데칠성은 가격 인상 시기를 검토할 뿐 별 다른 인상 계획을 내놓지는 않고 있었다.
이 가운데 최근 롯데칠성은 내년부터 반출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들어 가격인상을 단행했던 하이트진로와 보해양조·무학 등 주류업체가 출고가격을 10% 이상 인하하겠다고 밝힌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이 이처럼 늦은 인상을 하게 된 데에는 국세청이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을 논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인상 시기를 놓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판매비율은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다. 기준판매 비율이 커질수록 과세표준이 작아져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국산 주류는 제조원가에 광고·인건비 등을 합한 금액에서 세금을 매겨왔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 가격과 관세에만 세금을 적용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4일 주세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열고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서 주류업체가 반출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소비자 체감 가격은 10%가량 낮아질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경우에도 반출가격은 기존 약 548원에서 586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역산출되지만, 출고가격은 1247원에서 1115원으로 10.6%가량 인하된다.
롯데칠성측은 소주의 주요 원재료인 주정과 병 등의 가격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반출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주정 가격은 3분기 말 1796.2원으로 지난해 말 1677.2원 대비 7.10% 증가했다. 주류 용기는 지난해 말 151원 대비 소폭 줄어든 144.4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2021년 말 133원 대비 13.53% 높은 금액이다.
반출가격이 인상됐음에도 세금이 감면되면서 출고가격의 경우 처음처럼은 4.5%, 새로는 2.7% 하락하게 된다. 처음처럼의 경우 현재 546원이던 반출가격이 내년부터 583원으로 증가하지만, 출고가는 1163원에서 1110원으로 인하된다.
이와 관련, 롯데칠성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반출가격은 올렸지만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출고가가 떨어진 결과"라며 "이번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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