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올해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양사 합병이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내년이 되면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합병을 발표한 지 햇수로 5년째가 됩니다.
EU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EC)가 결론 날짜를 못 박으면서 승인이 날 것으로 보여지지만, EU 승인을 받더라도 미국과 일본 심사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C는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내년 2월 14일 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잠정 결론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날짜를 못 박은 점, EC에서 반독점 부문을 이끄는 디디에레인더스 EC 집행위원의 “일부 제안에서 매우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점을 미뤄볼 때, 조건부 승인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EU 문턱을 넘으면 남은 곳은 미국과 일본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4일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진행한 3분기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미·일이 EC와 같은 시정요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미국과 일본이 더 과도하게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을 제한하거나 노선 감축을 요구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합병으로 인해 아시아나가 같은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을 미국이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시아나가 스타얼라이언스에서 빠지게 되면 미국과 태평양 노선을 오갈 항공사 동맹이 사라지게 되고 이 자리를 경쟁 동맹체인 스카이팀(대한항공-델타항공)이 꿰차면서 경쟁사인 델타항공의 태평양 지배력 강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항공 동맹은 노선망 확대와 경유지 다양화, 마일리지 확대 등과 같은 고객 요구와 함께 독자적 노선망 구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회원사들은 공동 운항에 따른 수익을 배분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미주 13개 노선 중 5개(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가 독과점이 우려되는 노선입니다.
여기에 지난 5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합병 심사 중인 미국 법무부(DOJ)가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의 심사 과정을 거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일본 승인도 쉽지 않을 것이란 일부 시각도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미 항공사들은 나리타공항을 동북아시아 거점공항으로 삼았지만 최근 인천공항을 허브로 삼으면서 일본이 한국을 오가는 중요 시간대의 슬롯을 더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최대 항공사 ANA(전일본공수)도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으로 아시아나 탈퇴를 찬성할 이유가 없습니다.
합병 과정이 지난한 가운데 아시아나는 엔데믹 파도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내년 항공 시장이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 회복할 것에 대비해 항공기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아시아나는 이러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EC가 조건부 승인을 내어주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어떤 요구 조건을 내밀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11월 2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재개한다.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선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아시아나항공기 모습.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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