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재벌 떡볶이 먹방과 진짜 보통 사람의 삶
2023-12-19 06:00:00 2023-12-19 06:00:00
부산에서 대학을 다녔던 90년대 초 부산 제일의 번화가였던 부산 남포동과 함께 그 옆에 위치하고 있던 깡통시장은 친구들과 만남의 장소였고, 놀이터였던 터라 내 젊은 시절의 여러 추억이 함께 있는 곳이다. 수년전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통해 이곳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을 때 새록새록 지난 감정들이 쏟아나기도 했었다.
 
깡통시장은 우리 민족 역사의 참혹한 시기이자 고난의 시기였던 한국 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여러 경로로 반출된 물건들 당시 미군 부대에서 여러 장기보관 음식인 캔 종류를 내다 팔면서 시작됐다. 깡통시장 역사 자체가 우리 서민들의 처절했던 생존을 위한 애환의 기록이다. 
 
얼마 전 그 깡통시장이 또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여러 족벌 재벌총수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연출하면서였다. 기득권의 권위 없는 모습을 연출해서 여론 방향을 바꾸고, 민심 달래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면이 어느 누구에게 서민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공감 행보로 느껴졌을까. 개인적으로 가식적 연출로만 느껴졌다. 
 
이어 윤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일분일초를 아끼지 않고 쏟아 부으며 혼신의 대장정 중이라 홍보하던 프랑스 파리 방문 중에 재벌 총수들과 술자리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토록 족벌 재벌들과 대놓고 가까이 지내는 대통령이 있었나 싶다. 해외 경제 교역 확대와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대통령의 순방 행위와 재벌 총수들을 옆에 끼고 먹방을 하는 것은 하등 상관없는 일일텐데 말이다. 가히 과감한 수준의 정경유착이라 여겨질 뿐이다. 
 
같은 시기 이와 대비되는 두 가지 소식도 있었다. 하나는,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다음해 1월27일부터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대통령실과 여당·정부가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이를 2년 더 늦추는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법원이 5년 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사망한 김용균씨의 죽음에 원청 대표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도 있었다. 원청 대표가 작업장의 위험을 몰랐으므로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의 근거였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다섯 번째로 산재 사망자가 많은 국가이다. 1년에 1000명에 가까운 국민이 일하는 현장에서 죽어 가고 있다. 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십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에 대해 법원은 경영책임자가 안전을 도외시하고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을수록, 또 노동 현장의 처참함을 인지할 수 있는 물리적 위치에서 멀어질수록 안위를 보장받고,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꼼수를 알려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행정과 정치권력이 나서서 사람의 죽음이 당연시 될 수도 있도록 허락해주자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는 사회가 정상적이라 말 할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 정치 활동가 길을 걷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족벌 재벌 일가와 투쟁을 하면서 '우리 사회 여러 불공정과 부정의의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라는 물음을 가지면서였다. 우리 사회가 작동되는 데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치권력, 사법권력, 행정권력 그리고 언론권력 등의 견고한 카르텔이 만든 부당함에 부딪히면서였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은 청년실업과 조기퇴직등 문제의 근간이다. 단가후려치기와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익성 격차 심화는 임금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고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와 계급 대물림의 문제로까지 파생되어 지고 있고 사람 목숨값도 가벼이 보게 만들었다. 그렇다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사회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는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통한 사회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더 이상 재벌 뒷배가 되어주는 정부 행정과 정치가 만들어주는 끝없는 제도적 혜택만으로는 국가 발전에 한계가 있다. 정부 행정과 정치권력이 재벌 중심 경제 구조 혁신에 나서기를 바란다.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해소를 위해 나서기를 바란다. 경제구조 개혁과 산업전환을 통한 경제 구조 혁신에 나서기를 바란다. 
 
이런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인간 가치가 존중되는 지속 가능한 사회 건설이 가능할 것이다. 제대로 된 진단과 행동 없이 대통령과 재벌이 아무리 떡볶이를 자주 먹어도 진짜 국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 이치이다.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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