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타고나신 것 같아요. 저도 회원님처럼 되는 게 목표인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여느 때처럼 운동을 하던 어느 날, 같이 수업을 듣던 한 회원으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받고 순간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생각지 못한 칭찬이 당황스러웠던 한편,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지요.
재작년 초 몸과 마음이 자꾸만 쳐져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결심 아래 집 근처에 오픈한 폴댄스 학원의 문을 두드린 지 어언 3년. 누군가 과거의 제게 앞으로 3년간 폴댄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면, 아마 믿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3개월도 아니고 어떻게 3년이나 하겠냐고요. 그렇지만 어느덧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버렸네요. 그렇게 3년가량 폴을 타다 보니, 여전히 부족하고 엉성한 실력임에도 누군가의 눈에는 꽤나 그럴듯해 보였나 봅니다.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대답했습니다. “그만두지 않는 거요. 유연하시고 힘도 좋으셔서 나중에는 저보다 훨씬 더 잘하실 거예요.” 제 말에 회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덥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특별한 비법 없이 단순히 계속하는 것, 정말 그것만으로 되겠느냐고 의문이 들었을 테지요. 하지만 진심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 비법은 바로 꾸준히 하는 것임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는 것임을 지난 3년간 몸소 체험했으니까요.
그리고 실은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할까요? 저 또한 지난 3년간 수없이 위기를 겪었습니다. 새로워 흥미롭던 운동이 시간이 흐르자 귀찮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부상으로 운동을 지속해야 하나 고민이 될 때도 있었지요. 무엇보다 다른 회원들에 비해 실력이 늘지 않았을 때는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비교는 만병의 근원이라지만, 눈과 귀가 있는 이상 아무래도 비교할 수밖에요. 똑같은 시간을 연습하거나, 연습 자체를 하지 않았음에도 저보다 훨씬 잘 배우고 익히는 회원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헛된 것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중은 아닌지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애초에 운동을 시작한 처음의 의미를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나는 지금 밖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거기에 의의가 있다는걸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흘렀고,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시작했던 이들 대부분이 그만둔 가운데 늘 뒤처지고 버벅거리던 저는 아직까지도 폴을 타고 있네요. 그렇게 3년 전과 비교하면 근력과 유연성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제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내 길이 아니라고, 안되는 건 빨리 접는 편이 현명한 거라고 생각해서 너무 빨리 포기하고 그만두어 버린 것들. ‘노력의 가성비’를 생각해서 때로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 혹은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 만약 그런 것들을 여태 계속하고 있었더라면, 같은 그런 생각들 말이지요.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의 목표 역시 올 한 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느리더라도, 버겁더라도, 그만두지 않는 것. 운동도, 읽고 쓰는 삶도요.
한승혜 작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