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미정씨(가명)는 일찍 세상에 던져졌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20대 미정씨에게 공장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한 달 300만원가량 벌었지만 종일 서서 일하는 데다 4조 3교대로 주간·야간 8시간씩 돌아가면서 근무해야 했기 때문에 몸은 지쳐만 갔습니다. 잔업도 많았습니다.
미정씨는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매일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락날락했습니다. 그러던 미정씨의 눈에 광고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국내 최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발견한 광고에 '단순 노무, 좌식 근무, 주간 고정 300만원, 야간 고정 500만원'이라고 쓰여 있었던 겁니다. 공장보다 여건이 좋았고, 급여도 높았습니다. 미정씨는 더 고민할 게 없었습니다. 곧장 전화기를 들고 광고에 적힌 번호를 눌렀습니다.
며칠 후 미정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면접을 보자고 했습니다. 면접 장소는 카페였지만, 미정씨는 다른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미정씨를 만난 그들은 "힘든 일이 아니고 월급도 괜찮다. 단순 노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서 일하는 건 힘들잖아"라고 유혹했습니다. 면접에서 제시된 주간·야간 근무량이 각각 12시간 정도인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은 다른 공장에 비해 별반 불리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미정씨는 그들의 말을 믿었습니다.
미정씨가 뭔가 잘못 됐다고 느낀 건 그들을 따라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그곳은 공장이 아니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 속칭 집창촌이었습니다. 미정씨를 데리고 간 그들은 성매매를 강요했습니다. 미정씨는 "싫다"고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미정씨에게 "너를 OO까지 데리러 가고, 거기서 또 파주까지 데리고 왔으니 택시비 100만원을 주고 가라"고 협박했습니다. 미정씨는 "제가 당장 돈이 없어요. 지금 가게 해주면 다른 공장에 취업해서 갚겠어요"라고 사정사정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정씨를 속였던 그들은 놔줄 마음이 없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 미정씨가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로 가게 된 건, 그렇게 성매매를 강요받게 된 건 계획적인 인신매매를 통해서였습니다. 누구보다 푸르러야 했을 미정씨의 봄은 그렇게 악몽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 18일 <뉴스토마토>는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미정씨(가명)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는 지난 18일 미정씨를 만났습니다. 용주골을 탈출해 어렵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미정씨가 용기를 내 자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몇몇 언론 보도 때문입니다. 현재 파주시는 용주골 폐쇄 등 지역 정비사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생존권을 핑계로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업주들의 처지만 부각한 겁니다. 미정씨는 애써 잊으려 했던 악몽이 떠올랐고, 화가 났다고 합니다. 그곳 여성들 중 상당수는 미정씨 사정처럼 인신매매를 당해 용주골로 왔고, 성매매를 강요받으며, 업주들의 협박과 가스라이팅 속에서 노예처럼 살기 때문입니다.
미정씨는 그곳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용주골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인신매매를 당했고, 어떤 식으로 성 착취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지, 왜 용주골을 없애야만 하는지 낱낱이 밝히고 싶다는 겁니다. 카메라 앞에 선 미정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리고 있었습니다. 신분의 노출을 극도로 꺼렸습니다. 미정씨는 용주골을 탈출한 뒤에도 자기를 쫒는 업주들로부터 숨어 살고 있습니다.
짓밟힌 미정씨의 봄…"생리 때도 성매매, 일 안하면 결근비 50만원 배상"
용주골에서의 시간은 미정씨에겐 악몽의 나날이었습니다. 용주골을 찾는 성구매자들은 미정씨에게 변태적 행위을 강요했습니다. 미정씨는 "대다수 남자들이 '때려달라', '침을 뱉어달라', '내 침을 먹어달라', '콘돔 빼고 하자'라는 식으로 비정상적 행위를 요구했다"면서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그냥 나가시라'고 하니까 곧바로 업주가 저한테 그런 손님도 계속 받으라고 협박을 해댔다"라고 했습니다. 업주는 "한 번 더 손님을 그냥 보내 봐. 손님 못 받은 만큼 돈을 까겠다"고 윽박질렀다고 합니다.
심지어 생리하는 날에도 성매매를 해야만 했습니다. 미정씨는 "생리 때 쉬겠다고 하니까 업주가 '다른 언니들은 생리를 해도 일하는데 왜 너만 봐달라고 하냐. 편의를 봐줄 수 없다. 다른 언니들은 생리 땐 안에 솜을 끼고 일한다. 그런데 너한테만 어떻게 봐주냐'라면서 강제로 일을 시켰다"고 증언했습니다. 용주골에선 정해진 휴일 외에 쉬면, 몸이 너무 아파서 쉬더라도 '결근비'(뻑비) 50만원을 업주에게 배상하는 게 규칙이었다는 겁니다.
2023년 11월 중순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용주골)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원치 않는 성매매를 하던 미정씨는 결국 한 달도 안 돼 몸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미정씨는 병원에 가야겠다고 사정했습니다. 업주는 거절했습니다. 미정씨가 도망갈까 병원도 못 가게 한 겁니다. 대신 누군가 와서 미정씨에게 약물을 주사했습니다. 용주골에선 그 사람을 '주사 이모'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미정씨에게 주사 이모가 어떤 성분의 약물을 주사하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업주는 "다른 애들도 다 주사 맞았다. 그리고 괜찮아졌다"라고만 했습니다. 미정씨는 무슨 약물인지 몰랐기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울며불며 주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미정씨 몸을 강제로 짓눌렀습니다. 주사 바늘이 미정씨를 찔렀습니다.
끔찍한 경험들이 이어지며 성매매의 구렁텅이에 빠졌지만, 미정씨의 손에 들어온 돈은 공장에 다닐 때보다 훨씬 못했습니다. 미정씨가 용주골로 오기 전 일했던 공장에선 월급으로 30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미정씨는 "보너스 받는 달엔 350만원까지도 받았다"며 "숙소비가 관리비를 포함해 3만~5만원, 한끼 식비가 3250원 정도였기 때문에 돈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용주골에선 사정이 달랐습니다.
이곳에선 성을 구매한 남성이 업주에게 돈을 냅니다. 그러면 업주는 자기 몫을 떼고 여성에게 돈을 줍니다. 이때 업주는 온갖 핑계로 돈을 뜯어갑니다. 미정씨는 "업주가 월세 50만원 가져가고, 전기세와 가스비, 수도 요금, 음료수비, 식대 명목으로 돈을 또 뜯어간다"면서 "한 달에 받는 돈이 200만원 언저리"라고 했습니다. 뜯긴 돈이 더 많은 겁니다. 그마저도 어떤 명목으로 돈을 뗐는지, '돈을 받는 날'은 언제인지 사전에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2023년 11월 중순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용주골)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미정씨는 "말도 안 되는 빚이 계속 쌓인다"며 "일할 때 입는 6만~7만원짜리 원피스도 업주가 강매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성매매 집결지에선 여성이 돈을 버는 구조가 절대 아니다"라며 "수중에 돈도 없고 빚만 생기니까 여성들은 오히려 더 용주골을 나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주골 떠나지 못하는 여성들…"업주들 협박과 세뇌에 '자포자기'"
미정씨는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속아 공장을 떠난 걸 후회했습니다. 용주골을 떠나고 싶어 "일을 하기 싫다"고 수차례 호소했습니다. 그 때마다 업주는 "택시비 100만원 어떻게 할 거냐. 아직 안 갚았잖아. 우리가 고소하면 너 어떻게 되는지 알지"라며 협박했습니다. 미정씨는 "그 땐 나이도 어렸고 아무 것도 몰랐다. 업주들이 화를 내면 너무 무서웠다"면서 "고소한다는 말도 두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정씨는 용주골에서 업주들이 자행하는 협박과 세뇌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증언했습니다. 미정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용주골을 못 나가는 이유 중에는 업주들이 '네가 이 일 아니면 어디서 이렇게 큰 돈을, 이렇게 편하게 벌 수 있겠냐'라면서 지속적으로 정신적 세뇌를 시키는 것도 있다"면서 "세뇌가 되면 스스로 세상에 나가기 두려워진다. '맞아, 내가 이 일 아니면 어디서 일해. 사회에 나가면 적응도 쉽지 않잖아'라면서 무기력하게 자포자기를 해버린다. 용주골을 떠나지 못하도록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가스라이팅"이라고 했습니다 .
성매매 여성들이 용주골을 쉽게 탈출하지 못하도록 업주들이 채워놓은 족쇄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미정씨는 남성에게 끌려온 한 여성이 길바닥에서 마구 폭행을 당하며 비명을 지르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업주가 멋대로 매긴 빚을 갚지 않은 채 도망쳤다가 잡혀온 성매매 여성이었습니다. 그걸 지켜보던 업주는 미정씨에게도 협박했습니다. "너 역시 도망가면 저렇게 잡혀와. 나도 깡패들 시켜서 도망간 아가씨, 싸가지없게 대들었던 아가씨 여럿 두들겨 패서 사람 만들어놨어"라며 경고했습니다.
2023년 11월 중순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용주골)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업주들은 여성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숙소에 감금했습니다. 업주는 여성들과 같이 있을 땐 안에서 문을 잠궜다가 외출할 때는 밖에서 자물쇠를 걸었습니다. 여성이 간혹 외출을 하려고 하면 휴대폰을 반납해야만 했습니다. 자칫 잠긴 숙소에서 불이 나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죽거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그럼에도 미정씨는 수차례 탈출 기회를 엿봤습니다. 반면 용주골에서 만난 동갑내기 다래씨(가명)는 벗어날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미정씨는 "다래와 얘기를 해보니 나처럼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고 속아서 용주골로 온 것"이라며 "'난 도망갈 거야'라고 했더니 다래는 '도망가기 쉽지 않아'라고 체념한 듯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반성매매활동 단체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들은 대체로 학력이 낮다. 업주들은 '네가 여길 나가서 무슨 일을 하겠냐'고 가스라이팅을 한다"면서 "밖에 나갔어도 적응을 못하고 다시 성매매 집결지로 돌아오게끔 세뇌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월세, 결근비 등 온갖 명목으로 빚을 만든다"며 "빚 없는 사람도 오자마자 빚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극적 탈출, 이어진 악몽과 트라우마…"언론이 거짓말로 진실 가려"
미정씨는 극적으로 용주골에서 탈출했습니다. 업주의 의심을 피하려고 휴대폰을 두고 밖으로 나간 후 근처 공중전화로 무작정 뛰어가서 친한 오빠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었습니다. 미정씨는 "오빠 말을 듣기도 전에 '제발 데리러 와달라.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전화기에 대고 외쳤다"고 했습니다. 미정씨가 없어진 걸 눈치챈 업주가 등 뒤까지 쫓아와 "야, 이 XX아. 나가서 절대 잘 될 일 없어. 이 X레 같은 X"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정씨가 도망가는 데 걸린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던 미정씨에게 3분은 3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미정씨는 지옥과 같았던 용주골에서 벗어났지만 한동안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습니다. 미정씨는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었냐. 왜 이렇게 예민해졌냐'라고 물을 정도로, 툭하면 화를 내고 성격이 이상해졌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속이고 인신매매를 한 그들, 끔찍한 경험을 안겨준 업주를 고소하고 싶었지만 이 과정에서 과거 성매매를 했던 일이 주변에 드러나고 업주에게 보복을 당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여성으로 겪은 수치심으로 인해 성매매피해 상담소를 찾지도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가족과 친구들 도움으로 미정씨는 겨우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애써 잊으려 했던 악몽이 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용주골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생존권을 이유로 파주시의 정비사업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신매매 실태와 여성에 대한 강제 성착취보다 용주골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굴곡진 인생'을 부각하고 있었습니다. 집결지 정비사업이 업주와 여성들을 궁지로 모는 데다 파주시가 강압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한다는 뉘앙스도 풍겼습니다.
2023년 11월 중순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용주골)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영상을 보는 내내 미정씨는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었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영상 내용이 자신이 겪은 일과는 너무 달랐고, 진실을 왜곡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미정씨는 "그 유튜브 영상을 보고서는 용주골에서의 기억이 떠오르고 화가 나고 심장이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다 거짓말인데, 다 꾸며낸 일인데, 나는 그렇게 심한 피해를 입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너무 끔찍했다"고 말했습니다. 미정씨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진실을 꼭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결심해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용주골의 진실을 알리는 게 그곳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여긴 겁니다.
미정씨는 유튜브 영상 속 거짓말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었습니다. 우선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 건 거짓말"이라며 "저는 공장에서도 일했고, 그보다 힘든 택배나 신호수도 해봤다. 다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못 하는 건 업주들의 협박과 가스라이팅에 정신이 피폐해지고 두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성매매 집결지 정비사업엔 여성들이 성매매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도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건 사실 업주가 협박하고 가스라이팅을 시켜서 그러는 것"이라며 "업주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언론에 생존권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는 범죄자가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라면서 "그럼에도 '너희는 더럽고 사회에 적응을 못 하니까 성매매나 하는 거다'라거나 '성매매 여성을 도울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런 사회적 인식이 너무 슬프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아울러 "지금도 혹여 누가 나를 알아볼까 두려워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카메라 앞에 서고 인터뷰를 해야 하는 게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지난 18일 <뉴스토마토>는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미정씨(가명)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성매매 여성 '자립 지원' 절실…상처도 받았지만 힘들어하지 않길"
미정씨는 인터뷰 말미에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미정씨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결국 거기를 못 나오는 건 업주들에게 지속적 세뇌를 당해서인데, 찾아보면 여성들이 그곳에서 벗어나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직업훈련보다는 성매매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일이 뭔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선 어떤 직업훈련이 필요한지, 직업훈련을 끝내고 취업을 할 땐 고용노동부와 함께 자리를 알아봐 주고, 거기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랐습니다.
인신매매 통로가 된 구인·구직 사이트의 허위채용 공고에 관해서도 제도적 보완을 요청했습니다. 미정씨는 "업주들 수법을 알아보니까 사업자 등록증을 조작한다고 하더라"며 "채용공고 등록에 대한 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해서 검증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미정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의 여성들,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용주골을 벗어나 정상적 삶을 살기를 소망했습니다. 미정씨는 "굳이 그곳에서 계속 피해만 당하지 말고 용기 있게 도망 나와서 도움을 주는 단체에 연락을 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잊고 싶어도 안 잊히는 피해를 받고 씻을 수 없는 상처도 받았지만 힘들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한편, 파주시에 따르면 4월 기준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의 성매매 업소는 105곳, 업소 여성은 200여명으로 추산됩니다. 파주시는 성매매 피해 방지와 지역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집결지에 대한 연내 폐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파주시는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정책도 법제화했습니다. '성매매 피해자 등 자활지원 조례'입니다. 성매매를 그만둔 여성에게 생계비와 주거지원비, 직업훈련비, 자립지원금 등을 더해 2년간 약 4000만원 지급합니다. 1년에 1000만~2000만원을 주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지원금과 기간이 더 깁니다. 해당 조례는 지난 5월9일 공포돼 공포일로부터 이틀 만인 11일 첫 수혜자가, 9월21일 세 번째 수혜자가 나왔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