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탄핵안 관련 입장 표명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습니다. 이에 맞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막기 위해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전격 철회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개최 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 위원장 탄핵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중 벌어진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범죄기록 무단 조회 등 부패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안도 발의했습니다.
'이동관 호위무사' 자처한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로 △방통위 2인 체제 파행 운영 △언론 자유 침해·방송편성 자유 위반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업무 개입 △방송문화진흥회 추가 이사 해임 △KBS 사장 선임 과정서 파행 운영 방치·동조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이번 탄핵 추진 핵심 사유는 5인 위원 체제의 방통위가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위원 체제의 기형적 모습으로 운영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필리버스터 도중 민주당의 이 위원장 탄핵안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자체를 포기한 겁니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72시간 안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고,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은 탄핵안은 자동 폐기됩니다. 또 같은 회기 내 동일인에 대한 동일한 사유로 다시 탄핵안을 제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무위원 탄핵 의결정족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0명)입니다. 당초 10일 민주당이 168석의 의석 우위를 앞세워 이 위원장 탄핵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었는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철회를 통해 사전에 차단한 겁니다.
사실상 필리버스터 철회는 국민의힘의 '이동관 구하기' 전략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표결과 통과를 막을 수 없는 노란봉투법, 방송3법 필리버스터를 강행하기보다 필리버스터 포기로 일단 이 위원장 탄핵안 표결을 저지기로 한 겁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국가기관인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 찔린 민주당…이동관 "민심 탄핵 받을 것"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철회에 "이동관 위원장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인들이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해) 반대토론을 하겠다고 한 것조차도 이동관 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권한을 내려놓은 것"이라며 "얼마나 방송장악이 이 정부에 시급하고 중요하면 방통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이런 꼼수까지 쓰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10일 본회의 개최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본회의 개최 불발 땐 자동 폐기 수순을 밟습니다. 이 경우 추후 이동관 탄핵안을 재추진할 방침입니다. 시점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힌 '오는 30일'과 '내달 1일' 본회의가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이번에 탄핵을 추진 못하더라도 향후 본회의 일정에 맞춰 새로 탄핵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있어 가결 시점만 늦춰졌을 뿐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탄핵안 가결로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5인 합의체(차관급 상임위원 4인+장관급 위원장 1인)인 방통위에는 이상인 상임위원 1인만 남게 돼 사실상 방통위의 업무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동관 위원장은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에 관해 중대한 위반행위를 한 것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야당이 숫자를 앞세워서 탄핵하겠다고 하는 건 민심의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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