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고금리로 인해 재벌 총수일가도 자산관리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4대그룹 총수일가 다수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 등을 충당하는데 평균 5%대 이자율을 보입니다. 2년여 전엔 2%대여서 이자부담이 커진 총수들이 저마다 주가부양에 나선 모습도 부각됩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재재단 이사장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중 3.17%를 상속세 연부연납 납세담보로 잡았거나 질권설정했습니다. 여러 건의 담보대출 이자율은 대부분 5%대입니다. 그 속에 드물게 4%대가 섞여 있습니다. 올 연초만 해도 3.47% 이자율 대출 건이 있었는데 그새 더 올랐습니다. 작년 초 2%대 담보주식이 여러 건 있었던 데서 오름세가 가파릅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보유 주식에 대한 납세담보가 특히 많습니다. 일가족의 담보 잡힌 지분 합계는 20.5%나 됩니다. 여러 건의 담보대출 이자율은 4.77%에서 5.5% 사이 분포를 보입니다. 이자비용이 커져 상속세 부담도 늘어난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등 주식 일부를 팔기로 했습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그 친족들이 보유한 지주회사 SK 지분 12.59%가 담보대출 및 질권설정 돼 있습니다. 담보대출 이자율은 역시 평균 5%대이고 낮게는 4.78%, 높게는 9.86% 계약 건도 있습니다. 이자부담이 적지 않은 가운데 SK는 최근 12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총수일가로선 주가가 오르면 담보여력이 생기고 혹여나 반대매매에 노출될 위험도 덥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일가가 주식 담보로 제공한 지주회사 LG 지분이 모두 7%입니다. 역시 담보계약 이자율은 모두 5%를 넘었습니다. 담보 중엔 상속재판 중인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주식도 보입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담보잡힌 주식이 거의 없거나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의선 회장과 현대글로비스 주식 공동보유자라고 밝힌 프로젝트가디언홀딩스가 담보대출 받은 건이 유일합니다. 프로젝트가디언홀딩스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담보 맡겼습니다. 해당 담보계약 이자율은 연 4%인데 리볼빙대출(3M CD금리+연 2.73%)이 껴 있습니다.
다른 회장들과 달리 정의선 회장은 대출이자에 시달리지 않는데 정몽구 명예회장 주식을 상속받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대출 부담은 덜하지만 현대차에 2%, 기아에 1.7% 등 핵심회사 지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유지하며 버티는 문제가 상존합니다.
한편, 주식담보대출 이자가 올라 총수들이 상속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더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상속 전엔 주가 하방요인이 있더라도, 상속 후엔 주주환원정책과 얽혀 총수일가와 일반주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현상이 눈길을 끕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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