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의 득표율은 1.83%였다. 진보신당 출신 노회찬 전 의원이 정의당 후보로 출마한 2014년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진보신당 후신 노동당의 득표율이 1.4%였다. 내년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3%를 넘겨 원내정당으로 연명하더라도, 정의당의 몰락은 가려지지 않는다.
정의당은 두 갈래 길 사이에서 논쟁해왔다. 하나는 다른 진보 세력과 통합하는 당 공식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진보의 틀을 허물고 제3지대를 구성하자는 소수의견이다. 일단 정의당은 전자로 가닥을 잡고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하기로 했다. 녹색당은 물론 진보당, 노동당, 민주노총까지 연합 대상으로 정했다. 그러나 성사를 낙관할 수 없을 뿐더러, 이들끼리 연합이 이뤄져도 지지율에 별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총선 이후 당선자들은 본래 속한 집단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정의당이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편 ‘제3지대파’는 난파선에서 뛰어내리려다 버뮤다 삼각지대로 빠지고 있다. ‘중도’나 ‘보수’ 인사라도 공유하는 개혁코드가 뚜렷하다면 진보파도 그들과 제3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3지대파가 접촉하(려)는 상대들을 보라. “반올림은 전문 시위꾼”, “조국사태 본질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검찰의 도전”, ”이재명을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 ‘국민의힘 특위위원장 취임’ 등의 언행을 모두 한몸으로 실천해온 인물(양향자 의원)도 있다. 거대양당을 욕하기만 하면 아무나 된다는 것인가.
정의당 노선 논쟁 선수들 중에는 당 몰락의 주역들이 많다.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당 지도부가 이재명 비판을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불체포특권 비판에 얌전히 머물렀다. 이미 확인된 정책 파탄과 이 대표 측근의 부정을 강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제3지대파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쪽에는 도이치모터스 특검 유보에 앞장서며 ‘국민의힘 2중대’ 논란을 자초한 인사들도 있다. ‘갓길통행 하다 욕 먹으면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이 저들이 어우러져 만든 정의당이다. 거대양당 사법리스크를 모두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응답자가 10~20%쯤 된다. 이 판도 걷어찬 정의당이 평등과 기후정의를 펼칠 거라 기대할 수는 없다.
2020년 총선, 지지 철회 댓글이 무수히 달리고 열린민주당도 등장했지만 정의당 지지율은 2018년 지방선거와 비슷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빠진 2022년 지선에서 정의당은 오히려 역대급 참패를 했다. 힌트는 투표율 저하에 있다. 옛 지지자 상당수가 기권층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선거 직전 있었던 ‘검수완박’ 동조에 질린 사람도 많았고, 20년 넘게 집권 전망이 보이지 않아 지친 사람은 더 많았을 것이다.
’투표 기권‘, ’검찰 관련 담론에 대한 냉담‘, ’정치적 장기 투자 힘겨움‘, 이 공통분모에는 저소득/저학력/저관여층이 있다. 그들의 이탈이 민주당과의 불화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과거 진보정당은 상담 사업과 임대차 보호, 학교급식 운동 등을 통해 서민을 만났다. 서울시당의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주민발의운동 등 최근 이런 전통이 조금 되살아나는 기미는 있지만 당 차원의 성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근래 정의당은 가난한 사람의 정당이 아니었다.
정의당은 눈 녹듯 사라져갈 공산이 크다. ‘사즉생’도 사치다. 사생결단할 각오로 총선을 맞이해야 한다. 당이 죽어도 사람은 산다는 것이 그나마 희망이다. 의병이 독립군으로 부활하듯 구성원들이 또다른 가능성으로 태어날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 정의당은 최후의 날, 무엇을 할 것인가?
김수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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