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45년 된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4차산업 혁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국산화를 일궜고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의 역사적 호황을 달성한 이후 유례 없는 위기를 만나 생존을 위한 기술경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반도체에 의존하는 그룹 매출 구조는 극복할 과제이지만 선대가 이뤘던 업적을 넘어 2차전지와 바이오 등 신사업도 괄목할 성장을 거둬 이재용 회장이 업적을 쌓고 있습니다.
1일 삼성이 54년 창립일을 맞은 가운데 삼성은 반도체가 유례 없는 불황으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 300조원대 돌파를 이룬 호황에서 급반전된 흐름입니다. 이재용 회장으로선 반도체 성장사에서 역사적 정점에 도달했지만 동시에 산업 체질이 바뀌는 과도기를 만나 또다른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고 암울한 전망을 뚫고 메모리 부문 세계 1위 업적을 달성한 이후 신경영 선언과 애니콜 화형식 등을 거쳐 모바일과 가전 등에서도 삼성을 글로벌 톱 브랜드에 올렸습니다. 2010년에는 5대 신수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를 선정했는데 그 중 2차전지와 바이오는 지금까지 삼성의 신성장동력으로 굳어졌습니다.
부친의 업적은 이재용 회장에겐 무거운 짐이었지만 주변의 우려를 씻고 삼성은 성장곡선을 밟아왔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화학, 방산 사업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결정은 지금까지 평가가 엇갈립니다. 다만 반도체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은 어느정도 씻겼습니다. 그러다 올해 삼성은 반도체가 분기마다 수조원 적자를 보며 위기에 처했습니다. 단순히 반도체 업황사이클에 따른 적자로만 보기엔 메모리 과점시장과 수출에 유리한 환율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납득되지 않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 스스로도 “첫째도 둘째도 기술”이란 위기의식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 속에 삼성은 한국반도체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파운드리 등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승부수를 걸고 있습니다. TSMC와 미래사업 명운을 건 파운드리 승부는 현재 삼성전자가 밀리는 양상이지만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또다른 전성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룹 전체적으로 반도체 실적에 지나치게 의존한 수익구조는 삼성의 취약점으로 지목돼 왔는데 이재용 회장 대에서 개선된 점도 부각됩니다. 반도체가 적자를 보자 그룹도 유동성이 약해진 위기를 고스란히 노출했습니다. 하지만 전에 비해 삼성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사업이 고속성장했고 삼성SDI의 2차전지가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며 흑자를 내는 덕분입니다. 삼성그룹의 오래된 유동성 불안 요인이었던 삼성중공업도 영업흑자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재계는 최근 전기차 수출이 둔화되는 경기 불안 속에 업사이클 진입 시점에 들어선 반도체에 다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선대를 이을 또다른 업적을 쌓을지 분기점으로도 지목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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