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산분리 규제완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보험업 등 비교적 수월한 것부터 진행합니다. CVC 출자 규제를 낮추고 보험업의 해외자회사 소유 시 승인절차를 신고만으로 대체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이로 인해 금산결합집단 내 보험사를 보유한 삼성, 한화와 함께 CVC를 늘리고 있는 여러 지주회사 집단 중에서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이번 규제완화 방안은 다만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과 함께 해외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투자활성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3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CVC 출자 규제 완화는 당초 중소기업벤처부의 방침이었는데 여당에서 먼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과 정부안이 거의 일치합니다. 원칙적으로 금융사 보유가 금지된 지주회사 내 2021년 12월 CVC 설립이 허용된 바 있습니다. 개정안은 CVC가 외부자금 유치 한도를 현행 40%에서 최대 50%까지 늘리고 총 자산 중 해외투자 금액 비중도 현행 20%에서 30%까지 풀어줍니다. 아울러 CVC가 금융투자 주체인 투자회사, 설비투자 주체인 사회기반시설(SOC) 민간투자사업시행자 등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임원겸임 시 신고의무를 면제해줍니다.
한쪽에선 금융위가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목적으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11월22일까지)했습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해외 자회사를 소유할 때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 없는 사전신고 대상을 확대합니다. 대상은 보험업 경영과 밀접한 업무지만 헬스케어가 포함된 게 눈에 띕니다. 또한 해외에서 보험중개업 및 역외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할 때도 사전신고로 갈음합니다. 역외금융회사는 직접 또는 자회사 등을 통해 증권, 채권 및 파생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외국환거래규정)로 정의됐습니다. 따라서 보험업을 벗어난 역외 투자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들 규제 완화는 투자활성화 목적인데 국내투자가 아닌 해외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금산분리 정책 취지를 훼손한다는 반대의견 역시 적지 않습니다. 처음 CVC를 허용할 때엔 공정거래위원회가 CVC 일감몰아주기 등 재벌 편법 승계에 악용될 우려를 제기했었습니다. 이에 기획재정부가 안전장치로 마련한 게 출자규제였는데 이를 풀어주면 저항이 있습니다.
금산결합집단 내 국내 최대 CVC는 삼성벤처투자입니다. 그 외 롯데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CJ인베스트먼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신세계), GS벤처스, 효성벤처스, 세아기술투자, 포스코기술투자 등 지주회사 집단으로 확산 중입니다. 최근 두산그룹과 지주회사로의 체제전환 중인 동국제강그룹도 CVC 설립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금산분리 규제완화 방침을 세우고 삼성, 현대차, 한화 등 금산결합집단이 보유한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검토 중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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