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인터넷은행, 특혜 요구 앞서 혁신부터
2023-10-04 08:00:00 2023-10-04 08:00:00
얼마 전 국회에서는 인터넷은행과 국회의원 공동 주관으로 출범 5주년을 맞은 인터넷은행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는데요.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와 비대면 겸영업무 규제, 중저신용자 대출 기준 등 추가적으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린 의견이지만 그간 인터넷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내용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인터넷은행 3사 대표들이 모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인터넷은행특례법의 탄생 과정을 돌이켜보면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당초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는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당국의 허가부터 받은 '특혜'였습니다. 인터넷은행들이 이미 영업을 시작한 마당에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정부가 적극 나섰고, 은산분리 규제에 손댈 수 없다고 반대하던 야당(더불어민주당)도 마지 못해 돌아섰는데요.
 
결국 지난 2018년 9월 비금융사의 인터넷은행의 주식 보유한도를 기존 4%에서 34%로 크게 늘린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가까스로 통과됐습니다. 시중은행은 제외하고 인터넷은행에만 한정해 은행법에 따른 은산분리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규제를 풀어준 겁니다.
 
국내 은행들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금융회사 지분 취득이 15%로 제한되고 있는데요. 국내 은행들은 5%이상 지분 취득 시에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넷은행에 특혜를 부여한 것은 포용과 혁신을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제1금융권에서 소외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기회를 확대하고, 이로 인한 위험 즉, 연체율은 IT 기술의 고도화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인터넷은행의 자신감에 금융당국은 영업 허가를 내줬습니다.
 
그런데 현재 인터넷은행의 영업 방식이 포용 금융과 혁신 촉진이라는 출범 취지에 맞게 돌아가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올 들어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를 내세워 담보대출군 영업을 강화했습니다.
 
인터넷은행이 주담대에 몰두하는 것이 애초 출범 취지에도 어긋나는데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기준까지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어디까지 특혜를 줘야 하는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는 영업을 비대면으로 하는 것은 반쪽짜리 혁신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담보대출군인 주담대 확대에 나섰고,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고 해명하고 있는데요. 인터넷은행의 난제는 스스로가 할 수 있는 '혁신'으로 풀어야 합니다. 5년 전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은 당국을 상대로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혁신과 포용을 모두 잡겠다고 공언했는데요. 또 다시 특혜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포용과 혁신 성과를 통해 납득할 만한 명분부터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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