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중국의 추격…더는 옛말이 아니다
2023-09-13 06:00:00 2023-09-13 06:00:00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산업 현장에서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습니다. 그간 '추격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기술력'과 '위용'을 과시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는데요. '가성비'를 앞세워 시장에 침투했던 중국산이 이제는 '기술력'까지 갖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셈입니다.
 
달라진 중국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5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IFA 2023) 현장이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제품을 진열했습니다. 행사장 곳곳에서도 중국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 제품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도적으로 내놓은 제품을 베끼는 상황이지만 중국의 기술 굴기는 위협이 되기 충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국 제품이 삼성과 LG에 비해 기술력에서 부족하지만 기술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동시에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이 한국 제품을 모방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중국 아너의 '매직 V2'의 경우 육안으로 봐선 삼성 스마트폰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해당 제품의 구체적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9㎜의 초슬림을 강조했는데요. 패션 액세서리 같은 핸드백 모양의 'V 펄스'는 심미성을 갖췄고, 외국인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습니다. 전시 부스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생활 가전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TV 역시 중국의 제품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중국 최대 TV 제조업체 TCL은 부스 중심에 163인치 초대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더 시네마 월'을 전시했습니다.
 
중국은 이 기세를 몰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3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에서도 기술력을 한껏 뽐냈는데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행사 개회사에서 IAA에 대거 몰려온 중국차에 독일 차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경쟁은 우리를 고무해야지 움츠러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독려할 정도였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IAA에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도요타와 현대·기아차가 빠진 자리를 중국 전기차가 메운 건데요. IAA에 참가한 중국 업체 수는 2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해 홈그라운드인 독일 업체 수에 맞먹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행사장을 둘러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 대해 "이전보다 많이 발전했다"며 "과거 모터쇼보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비단 가전제품과 자동차 뿐 아니라 우리 산업 곳곳에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국가 경제는 이끄는 '산업의 쌀'로 지칭되는 반도체 기술력 역시 중국의 도약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는 게 업계 평가인데요.
 
최근엔 중국 대표 IT(정보통신)업체 화웨이가 출시한 신형 휴대전화 '메이트60 프로'에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직접 개발한 7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반도체 기린(Kirin)9000s’가 탑재돼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7나노미터 파운드리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크게 낙후된 줄 알았던 중국의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술의 진보"라고 짚었습니다.
 
과거 '메이드인 차이나'(중국산)라고 하면 저가·저품질의 대명사로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저렴한 인건비라는 장점으로 밀어붙인 제조업부터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반도체 부문까지 중국의 기술 굴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카피 제품만 주를 이룬다", "중국 업체 추격이 아직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치부하기엔 중국의 산업은 빠르게 생산능력 확장과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 산업도 이에 걸맞은 대전환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중국발 리스크에 맞서 기업은 기술과 인력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함이 필요한데요. 정부 역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초격차를 수성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를 손보는 규제 혁신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2023년도 하반기에 접어든 이때, 우리 기업과 정부 모두 중국 기술 굴기에 뒤처지지 않은 전략을 만들고 추진해야 함이 다시금 중요해졌습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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