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피의자로 9일 수원지검에 출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번째 검찰 출석입니다.
수원지검 청사는 철제 펜스와 경찰 기동대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출입구는 취재진을 제외한 군중이 몰리지 않도록 모두 통제됐습니다. 청사 정문 앞 도로는 이 대표가 탄 차량이 원활히 들어올 수 있도록 기동대가 막고 있었습니다.
지지파·반대파 맞불 시위
지지자들은 오전 9시 이전부터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9시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음향 장비를 동원한 맞불 시위를 시작하며 소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촛불연대 등 진보 단체는 '야당 탄압, 검찰 스토킹 중단'·'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즉시 중단하라'·'윤석열 정권 퇴진' 등의 선전물을 들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외쳤습니다. 이들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티셔츠를 입거나 두건을 쓰기도 했습니다.
보수 단체 측은 '대장동 수괴 이재명 구속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이재명 구속"을 소리쳤습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수원지검에 출석하기로 한 이 대표는 10시19분쯤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수원지검 정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양복에 파란 운동화 복장으로 차에서 내린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을 때와 달리 면도를 하지 않았고, 10일째 이어지는 단식 탓인지 비교적 수척한 모습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을 앞둔 9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정치검찰 악용…진실 못 막는다"
취재진 앞에 서기 전 이 대표는 조정식 사무총장, 천준호 비서실장 등 의원 10여명과 짧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어 "정치검찰을 악용해 조작과 공작으로 잠시 숨기 왜곡할 순 있겠지만 진실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고 입장문을 짧게 낭독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는데, 대북송금 사실을 보고 받은 적 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청사에는 이 대표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구급차와 의료진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서면 답변서로 갈음 예상
이날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추진하는 북한 스마트팜 지원비 500만 달러와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하는데 이 대표가 지시·관여했는지 추궁할 계획입니다.
검찰은 당초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으나 이 대표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핵심 질문만 간추린 버전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13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백현동 소환 때 보다 절반 가량 질문 분량이 줄어들며 예상 시간도 절반 가량으로 예상되지만, 단식 중인 이 대표의 건강 상태에 따라 시간은 유동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8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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