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단·제한·변경할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약관 조항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예컨대 전자채권담보대출약정서의 경우 은행 측의 전산장애·인터넷 장애인데도 손해를 금융소비자에게만 부담시키는 조항을 운영했습니다.
은행의 부당한 면책 조항뿐만 아니라 고객 이의제기권을 배제하거나 경과실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등 불공정 조항만 129개에 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제·개정된 은행 및 저축은행의 금융거래 약관 1391개를 심사해 총 20개 유형, 129개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금융위원회에 시정 요청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불공정 약관은 은행 분야의 총 873개 약관 중 113개였습니다. 저축은행 분야에서는 518개 약관 중 16개의 불공정 조항을 발견했습니다.
주요 유형을 보면 체크카드 등 서비스에는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안내하는 사항을 위반한 경우', '기업의 이용수수료 연체가 발생한 경우' 등 은행이 자의로 서비스를 중단·제한·변경할 우려가 있는 불공정 조항 23개를 확인했습니다.
맴버십서비스 등에서는 '은행이 정한 전자어음발행거래계약 해지사유', '회원이 본 약관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 등 계약해지 사유를 추상적·포괄적으로 정한 23개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습니다.
대출이자율 변경 등의 개별통지에 관련해서는 '통지 생략 가능' 조항, '서면, 전자우편, 모바일앱, 메시지 중 1가지 이상 방법으로 개별 통지'하는 조항, '공지 화면 게시 등으로 개별통지를 갈음'하는 조항 등 20개 약관을 지목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에 정하지 않는 사항을 앱을 통해 안내하는 경우 고객이 안내 사항을 예상하기 어렵고 정확히 전달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서비스 이용을 중단, 제한 및 변경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정이나 이의제기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의 부당한 면책 약관이 담긴 17개 조항도 적발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서비스의 변경·중지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은행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등의 조항입니다.
고객의 '보증·사고신고 내역 등의 개인정보 동의를 약관 조항에 포함'하는 등 별도의 신용정보 제공 동의 없이 은행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 15개 약관 조항도 시정 요청했습니다.
이외에도 '고객의 이의제기권을 타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는 조항', '고객의 부작위에 대해 의사표시를 의제하는 조항', '은행에 상계권을 포괄적으로 부여한 조항' 등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 요청했습니다.
공정위 측은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면 사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민법상 기본원칙"이라며 "이번에 시정을 요청한 면책 조항은 은행의 고의,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책임을 배제하고 있어 무효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공정위는 여신전문금융, 금융투자 분야의 2305개 금융약관에 대해서도 심사 중입니다. 분야별 심사를 마치는 대로 금융당국에 부당한 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제·개정된 은행 및 저축은행의 금융거래 약관 1391개를 심사해 총 20개 유형, 129개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확인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7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현금자동인출기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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