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발언 논란 등 외교 문제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여론전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반중(反中)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인 투표권 제한’을 꺼내들어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힘은 중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일(反日) 정서에 기댄 민주당의 여당공격에 맞서 반중(反中)정서에 기댄 국민의힘의 야당 공격은 여야의 대결구도가 되어 내년 총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외교 문제를 ‘총선용 당리당략적인 접근’에 따라 장기적인 국익을 훼손한 채 국내 정치용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야 모두에게 제기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여야의 이런 대결구도는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따라 지지층결집을 노린 정치양극화 노선으로 중도층의 이탈로 무당파의 결집을 불러 선거패배의 요인이 되는 만큼, 중도확장의 관점에서 중단돼야 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월 20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겠다”며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의 투표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 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대표가 ‘상호주의 원칙’을 근거로 ‘중국인 투표권’ 박탈을 천명했지만 그의 주장은 ‘상호주의 원칙’에서 호혜성(reciprocity)을 ‘우리가 하나를 주면 곧바로 하나를 받아야 한다’는 ‘단기적인 호혜성’식으로 너무 좁게 해석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먼저 열 개를 주고 나중 열 개를 받을 수 있는 호혜성 즉, 남북관계와 한중일 관계처럼 많은 투자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인 호혜성’을 무시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의 상호주의는 ‘글로벌 중심국가로서 도약하려는 국가발전의 미래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김 대표의 주장은 장기적인 상호주의 관점에 서있는 민주주의 선진국인 ‘한국의 국격’이라는 평판원칙과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세계시민들의 자유가치연대’라는 규범원칙들과도 충돌하여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정면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있다. 이런 만큼, 집권여당은 ‘외국인 투표권 제한’ 주장을 장기적인 상호주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그동안 한국은 식민지와 분단의 위기속에서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에 성공하여 국제법과 국제규범이 요구하는 보편적인 인권과 평화 및 공동번영의 인류애를 지켜나가는 민주공화주의의 선진국으로의 국격과 글로벌 중심국가로의 도약의 꿈을 키워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다문화와 이주민 정책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참정권 보장(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UN협약 41조, 42조)을 지키는 세계시민으로서 애국심과 자긍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이주민들과 함께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만큼, 외국인과 이주민을 영원한 사회의 이방인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이웃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차원에서 참정권과 투표권을 보장하고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야 모두는 당리당략과 소탐대실의 외교를 멈추고 신중한 국익외교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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