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올해 신저가로 추락하고 있는
CJ(001040)그룹 계열사 주가에 주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CJ그룹주의 시가총액은 올해에만 4조원 가량이 증발했죠. 상황이 이러한데 이재현 CJ 회장은 지난해 재계 전체에서 '연봉 톱'에 오른 것으로 확인됩니다.
올해 주가 폭락에도 고액 연봉을 유지할 지 지켜보는 눈이 많습니다. 최근
CJ CGV(079160)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키로 결정한 점 역시 업계에선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데요. 그룹 전반적인 사업 총괄을 도맡은 이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연초 대비 15대 대기업 그룹 시가총액 변동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에프앤가이드)
CJ그룹주 신저가 행진…CJ CGV 대규모 유증 영향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 CGV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21일 21.10% 폭락한 주가는 22일에도 8.22% 떨어지며 1만500원에 마감했습니다. 올해 들어 신저가이면서 2008년 장중 최저가인 9887원 이후 최저가입니다.
CJ그룹주 신저가 행진의 이유로 CJ CGV가 단행한 대규모 유상증자 등이 지목됐습니다. 지난 20일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결정했습니다. 현재 CJ CGV의 시가총액인 5100억원을 웃도는 유증인데요. CJ는 해당 유증에 600억원 규모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은 특별관(S/X) 신사업 확대 및 차입금 상환에 사용됩니다.
이날 CJ CGV는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유증과 함께 현물출자 계획도 같이 밝혔는데요. CJ가 지분 100%를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현물출자해 약 4500억 규모의 자금 조달도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죠. 이로써 CJ CGV는 총 1조원 가량의 자본확충을 앞두고 있습니다.
CJ CGV는 올해 1분기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1분기 628억원, 작년 1분기 549억원에 비하면 손실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강력한 침투를 비롯해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없고 정부에서도 티켓 허위 판매 노이즈가 있어서 영화관 사업이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향후 개선의 의지보다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자금 확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시총 중요하다 했지만…올해만 4조 증발
앞서 언급한 CJ그룹주들은 모두 올해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CJ CGV 주가는 올해 -38.05% 급락했고 CJ ENM -34.38%, 스튜디오드래곤 -30.35%, CJ제일제당 -26.28%, CJ대한통운 -17.61%로 약세입니다.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규모도 쪼그라들었습니다.
올해 초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CJ그룹 시총에 대해 언급하며 기업가치 반등을 주문했습니다. 손 회장은 "2년째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그룹 시가총액이 정체돼 있다"며 "이는 우리 CJ그룹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죠. 하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 시총은 4조원 가량이 증발했습니다.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CJ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총 시총은 12조581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1월 2일 16조4809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3조8996억원(-23.66%)이 감소했네요.
올해 국내 대기업 그룹 15곳은 대부분 시총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포스코그룹 시총은 총 41조9388억원에서 71조7686억원으로 71.13% 증가해 가장 크게 늘었습니다. 삼성그룹도 518조824억원에서 612조491억원으로 18.14% 증가했죠.
시총이 감소한 대기업 그룹은 총 6곳입니다. 롯데, 카카오, KT는 각각 -1.77%, -2.19%, -2.69% 감소했고 GS -10.06%, 신세계 -14.72% 줄었는데요. CJ그룹만 대기업 그룹 중 유일하게 -20%대 시총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주주들은 속앓는데…재계 연봉 톱, 이재현 CJ 회장
CJ그룹주 주가가 하염없이 추락해 시총 규모가 줄어들자. 주주들의 속앓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작년 재계 전체 연봉 1위를 기록한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CJ그룹 계열사들의 시총은 줄어드는데 이 회장은 재계 '연봉 톱'에 오른 점이 상반돼 보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작년 CJ 주요 계열사에서 총 221억3600만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지주사인 CJ에서 106억4400만원, CJ제일제당에서 72억9400만원, CJ ENM에서 41억9800만원을 받았죠. 2021년에도 218억6100만원을 받아 이미 재계 연봉 1위를 기록했는데 작년에도 기록을 이어갔네요.
6년간 무보수로 일하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비교되는 행보입니다. 2위인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도 격차가 있는데요. 정 회장은 작년에 연봉 106억26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재현 회장의 연봉이 정 회장 연봉보다 두배가 넘게 많습니다. CJ그룹 주가 하락 및 시총 증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액 연봉을 받은 이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재현 회장이 올해에도 재계 연봉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 중인데요. 고액 연봉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CJ 그룹주들의 주가 부양과 시총 회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첫 단계로 최근 단행한 1조원 규모의 CJ CGV 유증과 현물출자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죠.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극장업에 대한 시장 의구심과 유상증자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피해가기 어렵다"며 "그러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혀왔던 재무구조 안정화는 긍정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CJ CGV 관계자는 "영화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등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이다"라며 "사업구조 체질 개선 자체가 물량 부담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향후 기업가치를 올리는 것이 결론적으로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른쪽)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