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사냥개들'이 불편한 이유
2023-06-21 06:00:00 2023-06-21 06:00:00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사냥개들'이 인기입니다. 주인공 건우(우도환 분)의 엄마를 비롯한 순진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시기는 버티는 게 답"이라며 유혹하는 대출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사인을 합니다. 이내 사기꾼들은 돈을 갚으라며 가게를 부수고 주인공을 흠씬 두들겨팹니다. 계약서에는 '대출연장이자' 라는 조항이 있었는데요. 대출금을 완납할때까지 매주 10%의 이자수수료가 부과되며 1번 연체되면 2배로 뜁니다. 그러니까 5000만원을 빌렸다면, 한 달만에 1억이 되는 겁니다. 사냥개들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개인과 사회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청년복서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맨주먹 액션은 칼과 온갖 손임수를 동원한 '스마일캐피탈'의 악당들을 꼼짝없이 옭아매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쾌감을 가져다줍니다. 반면 급전이 필요해 불법인지 합법인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대부업체의 돈을 빌리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이들의 서사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건우는 선한 사채업자로부터 2년치 월급 명목으로 돈을 빌려 겨우 이 돈을 상환하게 됩니다. 순식간에 불어나버린 원금과 이자를 갚을 방법은 정상적인 사회생활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대형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의 시장철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코로나19 확산기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2금융권의 조달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법정최고금리가 고정된 상황에서 조달금리까지 상승했고, 대부업체의 수익이 줄어들며 존립에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부업계에서는 대형대부업체를 시작으로 대부시장이 축소되며 저신용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공급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은 결국 갈 곳을 잃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법정최고금리 고정으로 인해 저신용자들은 급전창구를 잃고, 대부업체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고금리 인하 이후 기존 대부업체 이용자 가운데 23.1%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제도권에서 최고금리를 묶어놓고 보니 여기에서 소화되지 못한 대출수요가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난거죠. 잊을만하면 제기되는 정치권의 법정최고금리 추가 인하 주장이 불편한 이유입니다. 사회적 상규상 연20%이자율이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저신용자들을 품을 수 있는 금리 수준과 부작용까지 좀더 폭넓게, 다각도로 고려해 이를 재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빚을 한꺼번에 갚아줄 선량한 사채업자는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현실에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빨간 불이 자꾸 울리는 곳을 들춰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으로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관통하고 난 우리 사회의 후유증은 이제 시작일지 모릅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맞물려 제도권에서 밀려난 이들이 겪을 피해와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이보라 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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