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신용카드사를 중심으로 금융사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가공해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활발히 공급하고 있는 반면 비금융기업의 데이터 거래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국정과제인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보안원이 운영하는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참여 기업 수는 현재 114개입니다. 59개 기업이 등록상품이 전혀 없이 참여 기업으로만 이름을 올려놓았습니다. 등록 상품이 5개 이하인 곳도 24개 기업으로 상당수에 달했습니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데이터 정보 공급 상위 기업과 인기 상품에는 모두 카드사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반면 데이터를 다수 보유한 통신사, IT기업의 참여도 저조했습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는 여전히 데이터 등록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IT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지난 2020년 2건의 데이터를 등록한 것이 전부였고, 네이버파이낸셜은 등록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등록상품이 없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20년 5월 거래소 출범 당시 금융당국 지시로 참여하게 됐다"면서도 "수익성 등 데이터 제공 실효성에 의문이 있는 데다 내부에서 부가적 업무만 늘 것으로 판단해 참여기업으로 등록만 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신장수 금융위원회 금융데이터정책과장은 "데이터가 공유되는 방식은 거래소 외에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보다 그나마 거래 건수가 있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금융데이터거래소 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2019년부터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국가 데이터 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금융, 통신, 환경, 문화 등 16개 분야에서 민간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서로 다른 산업 간 데이터를 융합하고 사고 팔 수 있는 중개 플랫폼으로 올해로 출범한 지 3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거래 참여자들은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래소는 핀테크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데이터를 공유할 목적으로 설립됐는데 무료 데이터는 어느 정도 제공되고 있지만 유료 데이터의 경우 신용카드사 외에는 활성화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카드사 외 다른 금융기관들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적다"고 밝혔습니다.
예컨대 핀테크 기업의 경우 플랫폼 내 자체 매출 조회를 통해 소비자의 행동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데다 데이터 공유 시 오히려 민감한 정보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는 설명입니다. 또 보험사의 경우 정작 금융 정보보다 의료정보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라 할지라도 데이터 매매에 참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서 교수는 "데이터경제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참여기관들이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은섭 금융감독원 금융데이터실 빅데이터총괄팀장은 "데이터 활용·결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신용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참여기관이 저장된 데이터를 인출해 쓸 수 있도록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