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공정당국의 '플랫폼 기업 결합' 심사 때 수직결합과 혼합결합의 구분을 폐지해야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습니다. 또 경쟁사업자의 비용 증대를 통한 지배적 전이, 진입장벽과 같은 요건을 중점 심사할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내 온라인플랫폼의 기업결합과 관련한 심사지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대다수의 플랫폼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합니다. 예컨대 구글은 검색 서비스와 모바일 운영체제(OS)-앱마켓 서비스를 핵심으로 광고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합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들을 특정 플랫폼에 묶어 두는 사업방식을 플랫폼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플랫폼들이 다종의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이유는 플랫폼이 핵심 사업 부문에서 이윤을 남기기 어렵기 떄문입니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카카오톡 역시 채팅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플랫폼들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인접 분야를 개척하게 됩니다. 검색어에 광고를 연계하고 광고 분야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공정당국의 '플랫폼 기업 결합' 심사 때 수직결합과 혼합결합의 구분을 폐지하고 경쟁사업자의 비용 증대를 통한 지배적 전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습니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조성익 KDI 선임연구위원.(사진=KDI)
보고서 내용을 보면 플랫폼 기업결합은 수직결합과 혼합결합의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현행 기업결합 심사기준에서는 '수직형 기업결합'을 원재료의 생산에서 상품의 생산·판매에 이르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 있어 인접하는 단계에 있는 회사 간의 결합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주력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기업과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혼합결합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으면서 수직관계가 없는 기업 간 결합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배달앱 플랫폼과 배달대행 플랫폼의 결합은 수직결합으로 볼 수 있지만 혼합결합의 요소도 있습니다.
배달앱 플랫폼이 제공하는 주문의 거래와 배달대행 플랫폼이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의 거래는 생산·유통 단계에 각각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점의 자가생산 단계가 중간에 포함돼 있어 혼합결합의 성격도 가진다는 게 KDI 측의 설명입니다.
또 경쟁업자의 비용 증대를 통한 지배력 전이를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플랫폼 기업도 전통기업과 마찬가지로 지배력을 보유한 핵심 플랫폼 분야 상품에 부가 서비스 분야 상품을 끼워팔 수 있습니다. 자사 부가 서비스 이용자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해 경쟁사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형태를 말합니다.
공정당국의 '플랫폼 기업 결합' 심사 때 수직결합과 혼합결합의 구분을 폐지하고 경쟁사업자의 비용 증대를 통한 지배적 전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배달 기사가 배송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보고서는 플랫폼 기업이 핵심 서비스 분야의 사업전략을 활용해 부가서비스 경쟁사업자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전통 기업에 비해 용이하다고 봤습니다.
예컨대 오픈마켓의 독점사업자가 상품 거래를 중개하면서 결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해당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다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져 결제 서비스 시장도 독점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심 플랫폼 분야의 다른 거래 상대방에게 자신의 부가 서비스를 선택할 떄 추가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끼워팔기가 아니더라도 경쟁사업자 비용 증대를 통해 핵심 서비스 분야의 지배력을 부가 서비스 분야로 전이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KDI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기준에 '수직결합과 혼합결합 간 구분 폐지' 등 세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조성익 KDI 선임연구위원은 "수직결합과 혼합결합 구분을 폐지하고 자사우대 문제에 대해 봉쇄와 지배력 전이 양 측면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심사할 수 있도록 심사기준에 적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입장벽 형성·증대를 적극적으로 심사할 것임을 선언하고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에서 플랫폼 특유의 효율성 증진 효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성 검토 의견서를 별도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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