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을 불법 도청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력 항의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을 택했고 대통령실은 오히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급파해 ‘성공적 방미’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실은 10일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 도청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미온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언론이 보도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출된 자료 중 일부가 특정 세력의 개입에 의해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수 있어서 양국이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한 경우 미국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예정된 일정대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공지를 통해 “김 차장은 오는 11~15일, 3박 5일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습니다.
김 차장은 이번 방미 기간, 미국 정부 인사들과 면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빈 방미를 위한 사전준비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문제, 경제안보, 지역·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동맹국이라고 해도 불법 도청이 벌어질 경우, 대통령의 강력한 항의와 사과·재발방지책 등을 요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잘못을 저지른 미국 정부를 방어해주고 있다”며 “미국의 공식 해명이 나오기 전에 ‘성공적 국빈 방미’를 언급하면서 일본에 했던 것처럼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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