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노래가 있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하면 따라서 한목소리로 목청을 돋우며 부르고 감격에 젖어 눈시울을 적십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우리 모두 통일을 꿈꾸고 염원합니다. 그러나 통일을 이루려는 길은 가지각색입니다. 통일을 지상목표로 두지만, 수단과 방법은 천양지차로 다릅니다. 평화통일, 연방통일, 자주통일, 중립화통일, 민주통일, 적화통일, 흡수통일 등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통일이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지만, 각자가 그리는 통일된 나라의 모습은 같지 않으며 심지어 상반되기도 합니다. 통일에 대한 담론은 자신이 믿는 통일론이 옳다고 다투며 늘 결론 없는 논쟁으로 끝이 납니다. 정부가 바뀌고 정당이 다르면 통일정책을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며 분열합니다.
우리 안에서도 통일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른데 남과 북은 오죽하겠습니까? 남북의 목표는 통일이지만 과정은 한쪽이 주도하는 것이고 결과는 다른 쪽이 망하는 것입니다. “살리는 통일”이 아니라 “죽이는 통일”이 현실입니다.
마침 지난 3월 26일이 천안함 폭침 1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공교롭게도 남쪽에서는 서해수호의 날과 천안함 순국장병 추모식이 열리던 즈음에 북한은 ‘핵 무인 공격정’의 수중 폭발 시험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핵탄두를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공중 폭발 시험도 공표하였습니다. 북한이 실험에 성공한 전술핵이 서울 상공 위에서 터질 경우 사상자가 40만~5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경제제재로 생존을 위협받는 북한이 남한과 미국의 군사적 위력에 대응해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핵무기와 경제제재는 맞물리는 문제로 서로 먼저 양보하여 해제하라는 요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해법이 안 보입니다. 상호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이 몇 차례 만나 대화해도 소용없고 오히려 더 강경하게 대립하는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역사적으로 정치체제와 집권층이 다른 두 국가가 단지 민족이 같다는 이유로 대등하게 평화적으로 통일한 예가 없습니다. 통일은 언제나 흡수통일이었고 한쪽의 체제가 무너지고 지배층이 몰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독과 서독도 냉전의 결과로 한계에 이른 소련과 동독의 체제가 붕괴하고 지배층이 물러난 다음에나 통일이 된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통일정책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의 기존 지배층에 유화적인 햇볕 정책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을 방치하고 남북 분단을 고착시킵니다. 반면에, 북한의 지배층을 압박하는 강경 정책은 남북 간의 갈등을 키우고 무력 대립을 고조시킵니다.
이 와중에 통일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 옵니다. 통일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남북 교류를 하거나 경제협력을 한다고 하면서 속내는 개인의 정치적 이득이나 금전적 이익을 추구합니다. 요즘 논란이 되는 대북송금 사건도 그중의 한 예입니다. 민간기업이 북한의 희소자원 개발권을 확보한다고 주가를 띄우고 그 대가로 북한과 정치권에 돈을 갖다 주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에 광역지자체의 평화부지사가 연루되어 화제를 끌고 있습니다. 지자체까지 나서 평화통일을 내걸고 뒷거래를 조장하며 오히려 통일에 걸림돌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력 정치인에게는 통일을 빌미로 대북사업 사업의 미끼를 던지며 접촉해 오는 ‘통일 팔이’가 많다고 합니다. 남북 양쪽에서 통일을 위해 일한다는 일군들이 진짜 통일을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말로는 통일이 소원이라면서 실제로는 통일에 훼방이 되는 이율배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은 참담한 남북사업들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아직은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남아 있고 이산가족이 생존해 있어 심정적으로 통일을 소원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로 갈수록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북한이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국가로 생각한다는 국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로 인하여 민족이 공멸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커지면 서로 통일하겠다고 전쟁의 위협을 키우느니 분단된 상태로 따로 평화롭게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 커질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 모두 정성을 다해서 이 겨레 살리고 이 나라 살리는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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