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한항공 실명 징계…인권침해 논란
조종사 실명 징계해 노조원들 극렬 반발
사측 “대기 발령은 실명 공개 안하는데 실수”
다른 실명공개도 법상 명예훼손 소지 있어 인권침해
2023-03-16 14:44:50 2023-03-16 16:54:2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한항공이 사내 게시판에 징계 대상자의 실명을 공개해 직원 인권 침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법상 명예훼손 소지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대기 발령 징계 건으로 항공기 조종사들의 실명이 공개돼 노조가 극렬 반발했습니다.
 
탑승구로 이동하는 대한항공 승무원. 사진=뉴시스
 
대한항공 측은 “징계가 확정되면 실명 공개가 원칙이고 대기 발령 건은 본래 공개를 안 하는데 이번 징계는 대기 발령 건으로 실무적 실수가 있었다”라며 “해당 공지를 내리고 당사자들에게도 사과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실수가 아니라 운항본부에서 회의 후 결정해 공개한 것으로 안다며 분개했습니다. 제보자는 “해당 승무원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실명 공개를 안함이 원칙인데 회사 게시판에 그대로 공개해서 전 직원들이 볼 수 있게 됐다”면서 “심지어 운항본부에서 회의 후 결정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해 조종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제보자는 또 “실제 비행기 사고나 준사고 때도 국토부에서는 실명 공개를 하지 않도록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징계 처분이 있더라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인사명령을 사내게시판에 올린 적이 없다. 이직으로 인한 퇴사 같은 명령은 게시하지도 않는데 이번은 도가 지나쳤다는 게 노조원들의 의견”이라고 했습니다.
 
 
사측 설명대로 확정된 징계 건만 실명을 공개하더라도 명예훼손 문제가 제기됩니다. 실명 공개나 실명이 아니라도 특정인이 추정 가능한 정보공개 만으로도 명예훼손 구성 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민사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1조는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실제 직원이 비슷한 사건으로 인사팀을 고소해 명예훼손 위법이 인정된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중대성 평가를 실시해 인권경영 이슈를 신규 선정하고 관련 개선 노력을 해왔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명 징계는 이와 배치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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