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7일 09: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초록뱀헬스케어(118000)(구 우리들휴브레인)가 원영식 회장의 초록뱀 그룹 품에 안긴 지 1년 만에 사명 변경을 추진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초록뱀 그룹에서 다시 매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초록뱀헬스케어. (사진=초록뱀헬스케어)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초록뱀헬스케어는 ‘더메디팜’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상호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의안을 상정한다는 후문이다.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즉시 변경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리브랜딩 시도는 지난해 이후 약 1년 만이다. 초록뱀헬스케어는 의약품·의료기기 유통업을 영위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1966년 설립된 수도약품공업주식회사가 전신이다. 2008년 우리들생명과학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이듬해 우리들휴브레인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종합헬스케어 기업의 명맥을 이어왔다. 이후 2020년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를 확대하고 있던
초록뱀미디어(047820)가 그린러스크투자조합을 통해 우리들휴브레인의 지분을 취득했고, 지난해 4월 초록뱀헬스케어로 사명을 바꿨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초록뱀헬스케어의 사명 변경 추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초록뱀 그룹에 들어갔음에도 적자 탈출이 요원해지자 소위 ‘이미지 세탁’을 꾀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초록뱀미디어가 초록뱀헬스케어의 매각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먼저 이미지 세탁을 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선 회사의 실적악화를 핵심 근거로 내세운다. 매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손실 규모가 커지자 경영진에서 초록뱀 간판 제거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초록뱀헬스케어는 지난해 500억원에 육박하는 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전년(78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이다.
이는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한 금융투자가 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초록뱀헬스케어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0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112억원, 78억원의 이례적인 순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타기업 지분 취득으로 2021년 346억원, 2022년 331억원의 금융수익을 거둔 영향이다. 회사는 이 기간 바이오기업
네이처셀(007390)과 빗썸 주주인
버킷스튜디오(066410),
시스웍(269620)을 비롯해 총 22곳의 기업·기관에 지분을 취득했다. 지분 취득 목적은 모두 '단순투자'다.
본업에서 이렇다 할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차익을 내며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2019년 371억원이었던 결손금을 2021년 181억원까지 줄이면서 기업 존속 우려는 일부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수익은 지난해엔 12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60% 이상 줄어든 것이다. 금리 인상·증시 부진 등으로 투자 환경이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이자비용 등이 포함된 금융비용으로 474억원이 빠져나갔으며, 144억원의 관계기업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은 3억원으로 전년(18억원)보다 83% 감소했지만, 순손실은 496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2021년 181억원이었던 결손금은 1년 만에 678억원으로 274.6% 불어났다. 같은 기간 보유 현금성자산은 592억원에서 285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상황이 이런 만큼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모기업인 초록뱀미디어가 부실 자회사 초록뱀헬스케어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정리 절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대주주 그린러스크투자조합이 보유한 초록뱀헬스케어 지분율은 5.95% 정도다. 그린러스크투자조합은 초록뱀미디어가 99.99%의 지분을 보유 중인 민법상 조합이다.
한 주주는 “회사를 팔아버리는 게 아니고서야 사명을 굳이 또 바꿀 이유가 뭐가 있나 싶다”라며 “잦은 사명 변경은 상장 폐지되는 종목의 특징이기도 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초록뱀헬스케어는 사명 변경에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적절한 사명을 찾다가 ‘더메디팜’으로 변경하기로 했을 뿐 특별한 목적을 갖고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