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자동차의 로고.(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중국 추격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자국 산업 보호로 인해 국내 배터리 3사가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될 전망입니다.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당초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골자인 IRA를 우회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관련 업계에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LG엔솔·SK온·삼성 SDI 등 배터리 업계 '당혹'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포드와 CATL가 손을 잡은 방식이 특이합니다. 2개 이상의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합작사가 아니라 포드가 지분 100%를 갖고, CATL의 기술력을 지원하는 형식인데요. '해외 우려기업'이 만든 배터리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IRA 규정을 피해간 것입니다. 포드는 이런 방식으로 IRA에 따른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기업은 원가절감 효과를 얻고, 중국 기업은 북미 진출 및 배터리 입지 공고화라는 이득을 얻는 셈이지요.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034730)온,
삼성SDI(006400) 등이 미국 전기차 시장을 놓고 중국 업체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 국내 3사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면서 "IRA의 헛점을 이용한 건데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IRA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들이 3월 말에야 나오니 일단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번 일로 당장 전략을 세우거나 방향을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드의 이번 공장 설립은 IRA 취지에 반하는 내용인데, 미국 정부가 이런 변칙을 허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는 섣부르게 전략이 바뀌지는 않을 것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와 경쟁 예고…고급화 전략으로 승부수
IRA로 미국에서 배터리 시장 1위 다지기를 꾀하려던 국내 기업들은 우선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를 이겨내야 하는데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싼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거나 이번과 같은 IRA우회로를 택할 경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시장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대두됩니다. 미 IRA의 중국 배제로 우리 기업의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것이 빗나가면서 한국 정부나 관련 업계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박주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양사의 새로운 협력 방식이 최종적으로 IRA 세액공제 혜택 요건을 충족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이번 협력은 향후 중국 배터리 밸류체인 기업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력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배터리 업계 인사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주로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로 고가의 럭셔리한 브랜드로 확대할 전망"이라며 "저가형 제품으로 중국 배터리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에 대항하기 위해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려고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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