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서울에만 13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고립·은둔의 주된 이유는 실직과 취업난 때문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2021년 전국 최초로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첫번째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6개월 이상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상태에 놓인 고립청년이나 6개월 이상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청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제도권 밖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책 지원은 물론 정확한 숫자조차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청년 중 고립은둔 비율 4.5%, 전국 추산 시 61만 달해
실태조사 결과,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 비율은 4.5%로 추정됩니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할 경우 최대 12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산출됩니다.
전국 청년(19~39세)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국내의 고립·은둔청년은 약 61만명에 달합니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는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45.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심리적, 정신적인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 순으로 확인됐습니다.
고립은둔청년들이 응답한 고립은둔 계기. (사진=서울시)
특히 고립·은둔청년은 서울시 청년 전체 평균보다 성인기 전후로 더 많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 등이 드러났습니다.
성인기 이후에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거나(64.6%)’,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 등 주로 취업 실패 등에 대한 경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립·은둔청년 중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 이상(11.5%) 집에만 머문 경우도 상당하며, 은둔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 된 청년 비율도 28.5%로 매우 높습니다.
고립·은둔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64.7%이며, 이는 일반청년의 응답 31.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고립·은둔청년은 자신의 신체적 건강상태에 대해 43.2%가 나쁘다고 응답해, 일반청년(14.2%)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습니다.
정신건강 관련 약물 복용 여부에 고립·은둔청년은 18.5%가 복용한다고 답해 일반청년 8.6%보다 2배 이상 높고, 고립·은둔청년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중증 이상 57.6%)’을 겪고 있어, 우울증 예방관리, 진단·치료에 지원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5.7%)은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끼고 있으며, 43%는 취미활동, 일·공부, 병원 치료, 심리상담 등 실제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 봤습니다.
이들은 경제적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고, 취미·운동, 일자리, 공부, 심리상담 등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대는 취미·운동과 심리상담, 30대는 경제적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립·은둔청년 자녀를 둔 가족에게 이해 프로그램과 가족 상담 등 고립·은둔청년 자녀를 이해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상담이나 교육을 주로 희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전문치료, 원스톱 지원 포함 3월 중 대책 발표
서울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3월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단순 상담에 의존해왔던 고립·은둔사업을 과학화하고 체계화된 사업 형태로 확장합니다. 개별화됐던 마음건강 지원사업을 통합하고 고도화해 초기진단부터 유형 분류, 심화상담, 프로그램 제공, 전문기관 연계, 평가 및 사후관리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합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토털 케어할 수 있는 종합 컨트롤타워로서 (가칭)마음건강 비전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해졌고, 이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실태조사를 시행해 유의미한 결과값을 확보했다”며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을 마련해 제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은평구 말랑말랑모임터에서 고립은둔청년들이 자조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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