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자력발전소(원전) 협력을 강화하면서 10기 수출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원전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창원 원전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인력 등 밀착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구속력 없는 의향서들이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천영길 에너지정책실장은 이날 두산에너빌리티·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와 경남 창원의 원전 중소기업 원비두기술, 고려정밀공업, 피케이밸브 3곳을 찾았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사내 협력사인 원비두기술은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제관·용접 전문 중소기업입니다. 고려정밀공업은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CEDM) 노즐 가공기술을 가졌고, 피케이밸브는 원전 모터 구동밸브, 비상 원자로 감압밸브 등에 대한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견기업입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을 비롯해 창원을 중심으로 한 원전 중소·중견기업의 경영난 완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일감 공급과 금융·인력 지원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지난해 9월 원전기업신속지원센터도 신설했습니다.
정부가 원전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건 해외 수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 8월 30여개 원전 유관기관으로 구성한 '원전 수출전략 추진위원회'까지 설립한 상황입니다.
수주 성과도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3조원 규모) 수주에 성공했고 10월에는 폴란드 민간 발전사 등과 원전 2기 건설 추진을 위해 협력 의향서(LOI)도 체결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원전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창원 원전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인력 등 밀착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사진은 UAE 바라카 원전. (사진=뉴시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이 UAE 원자력에너지공사(ENEC)와 '넷 제로 가속화 프로그램 업무협약(MOU)'를 맺으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이 원전 분야 제 3국 사업에 공동 진출하고 공급망과 투자에 협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소형모듈원자료(SMR) 같은 미래원전기술 개발에도 힘을 모읍니다.
UAE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원전을 수출한 국가입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 12월 한국형 차세대 원전(APR1400) 4기를 UAE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습니다.
현재 바라카 원전 1·2호기는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3·4호기 또한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영국, 튀르키예, 체코, 폴란드 등 국가에서 발주할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 때문에 바라카 원전이 안정적으로 가동돼야만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전날 현지에서 열린 다짐대회에서 "바라카 원전은 세계의 원전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임직원 모두가 UAE 원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성공적인 사업 완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이날 "원전 생태계 복원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신한울 3·4호기 일감의 신속한 공급을 필두로 금융·인력 등 지원정책의 대상과 규모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원전 업계에서는 아직 가시화한 성과가 많지 않아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옵니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으로 회귀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2030년까지 10기를 수출하겠다는 것은 다소 도전적인 목표"라며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재정이 열악한 경우도 있어 구속력 없는 의향서들이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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