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이태원 참사를 수사했던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23명을 입건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이 중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은 구속 송치하고 이임재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경찰·지자체·소방·서울교통공사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에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인명피해를 예상할 만큼 군중이 밀집한 상황에서 구조 신고 등을 접수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도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고 이후에는 각 기관별로 법령과 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와 현장 통제 등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특수본은 기관들이 각자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 중첩으로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판단하고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과실정범으로 묶었습니다.
용산서·용산구청 등 현장 관계자 6명 구속 기소
박 구청장,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이 전 용산서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 경찰 정보라인 간부 2명은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를 없앤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또 특수본은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가 일어날 것을 예상했음에도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의로 서울청 간부 3명을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 등입니다.
유승재 용산구 부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와 이 호텔 별관 1층 주점 프로스트의 대표도 참사 현장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세워 도로를 불법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행안부·서울시·경찰청 등 윗선은 무혐의
다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른바 '윗선'은 모두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행안부·서울시·경찰청·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 구체적 주의 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이날을 끝으로 특수본은 단계적으로 해산합니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1일 501명 규모로 출범했습니다. 특수본은 74일 동안 이태원동을 관할하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용산소방서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은 "특수본을 단계적으로 해산하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등 원소속으로 발령해 일부 남은 사건을 계속 수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브리핑실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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