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다주택자를 바라보는 정부의 관점이 '투기의 근원'에서 '주요 공급자'로 전환됨에 따라, 최근 지속되고 있는 극심한 부동산 시장의 거래난 해소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1년 추가로 연장하는 등 추후 부동산 시장 정상화 시기에 대비한 사전 작업에 나서면서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는 시기에 이 같은 조치가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금리가 중단될만한 이렇다 할 호재가 없어, 최소 내년 중반까지는 거래 절벽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반전시키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해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조정지역 2주택이나 3주택자는 8%, 조정지역 3주택이나 4주택자는 12%의 취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2주택자의 경우 1~3%의 일반세율로, 3주택자는 4%, 4주택자는 6%로 낮춰주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 5월까지였던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도 2024년 5월까지 1년 연장한다.
다주택자 대상의 대출도 푼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도 30%로 적용한다. 또 정부는 장기(10년) 임대사업자가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매입해 등록하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과는 매우 상반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를 주택 시장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다주택자를 옥죄는 규제가 주택 시장의 거래 경색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관점을 전면 전환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다주택자의 시장 진입 루트를 열고 추후 금리 인상이 중단되는 시점에 매물 출회를 늘려 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시장 침체로 매매가 하락과 저소비, 저거래라는 시대 변화가 명확한 상황에서, 무주택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도 부동산 시장의 거래 및 수요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세제·대출 규제를 걷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정상화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여진다"며 "기존 주택들을 소비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함으로 인해 거래 절벽 사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다주택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다주택자 규제 완화 방안은 금리 조정 움직임이 반전되는 시점에 효력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방안이 거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건은 금리다. 금리 상승이 멈출 시 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층이 늘어나면 다주택자 규제 완화 효과가 발휘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리가 안정되는 시기는 다소 늦어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25%다. 일단 한국은행이 잠정적으로 내년 상반기 3.5%를 상단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어두는 등 여전히 불확실성은 높은 상태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다 해도 곧바로 인하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합 흐름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최소 내년 중반까지는 거래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정보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이 내년 상반기까지 예고돼 있다지만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흐름이 좋지 않고, 이에 후행해 국내 물가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 "최소 내년 중순 무렵까지는 금리 흐름이 급반전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부동산 시장도 이에 종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이 시기까지 거래 침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한 시민이 시내 아파트 단지들을 내려다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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