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7개월 만에 방한하는 것을 두고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펫 겔싱어 인텔 CEO가 대만을 찾은 뒤 12월 9일 방한한다. 인텔의 수장이 1년에 두 번씩이나 한국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전 인텔 CEO는 5G 최초 상용화 모습을 보기 위해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찾은 게 전부다.
지난해 2월 인텔 수장에 오른 펫 겔싱어 CEO의 이번 방한은 지난 5월 30일 한국을 찾은데 이어 7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 방한은 이 회장이 ARM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만남이 이뤄진 이후여서 양사가 ARM 인수에 대해 논의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올해 2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ARM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과 손 회장은 지난 10월 만나 양사간 전략적 협력을 논의했다.
일각에선 인텔 CEO가 이번 방한에서 이 회장뿐 아니라 현대차, SK,
LG(003550) 등 4대 그룹 관계자들을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고, SK는 일찌감치 박정호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이 ARM 인수를 위해서는 컨소시엄을 꾸려야 한다고 밝히며 인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전장 사업에 뛰어든 LG도 반도체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ARM 인수를 위해서는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야해 셈법이 복잡하지만 한 기업이 독점할 여지가 있어 단일 기업이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400억달러에 ARM 인수하려고 했지만 미국과 한국 등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에 막혀 인수가 불발됐다.
아울러 업계는 펫 겔싱어 인텔 CEO가 이번에 방한해서 현지 파트너사를 방문하고 PC·서버 산업 공급망 등 관련해 이 회장과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인텔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구도를 이루지만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가 IT기기에 함께 쓰여 협력관계이기도 하다.
삼성과 인텔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올 하반기부터 세계가 경기침체로 접어들며 PC 시장 등이 위축돼 이에 대한 협력을 나눌 가능성도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과 모바일 등 수요가 높아졌던 지난 2년간 반도체 시장은 연속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위드 코로나로 반도체 시장이 축소돼 지난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수익은 1470억달러(193조3900억원)로 직전 분기 1580억달러(207조8000억원) 대비 7% 감소했다.
옴디아는 “2022년 2분기 PC 시장의 약세와 17% 하락한 인텔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2023년 상반기 PC에 대한 IT업체들의 PC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 인텔과 3강 구도인 TSMC는 이날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 투자 계획을 기존 120억달러(15조7800억원)에서 3배 늘린 400억달러(52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 (사진=인텔)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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